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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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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의 배맛은


BY 자화상 2004-10-21

시장을 가면 여기 또 저기 한창 풍성하게 쌓아 놓고 싸게 싸게 팔고 있다며 다정한 눈빛으로 애원하듯 발길을 멈추게 하는것은 아주 달게 보이는 단감들이다.

이상하게 단감은 그렇게 많이 쏟아지듯 나오는데 배는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 있어서 한입 베어 물면 시원한 물이 입안에 가득 채워지는 그런 배를 고르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런때면 꼭 내고향 금천의 과수원에 아이들 머리보다 큰 배가 주렁주렁 달려 있어 하나 뚝 따서 통째로 들고 베어 먹었던 잊혀지지 않는 어린시절이 떠오른다.

논.밭.과수원에 집까지 부족한듯 마음안에 고향까지 덤으로 주고 도시로 이사오신 부모님이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우리 육남매는 추억만 조각내며, 각자의 삶에서 뿌리 한가닥 잘린 슬픔을 늘 어깨에서 내려놓지 못한적이 많았다.

이제 모두들 살짝 들려진 밑둥의 구멍에 쓰고 남은 세월의 가랑잎을 모아두고 한발 물러서 바라보며 하는말, 고향의 냄새가 코끝에 오는 날이면 희망의 가지를 한치 더 뻗어내고, 고향이 두눈에 덮쳐 올때면 빼곡하게 채워둔 마음의 창고에서  추억의 퍼즐을 꺼내어 꿈에서도 모양 찾아 끼워 넣었다 한다.

이제는 한줌의 흙도 우리를 알아내지 못하는 고향이지만, 내가 아직 찾아 내지 못한 한조각의 퍼즐이 숨쉬고 있는 한 고향! 금천의 배맛은 거기 있기에, 더딘 그리움을 핑계로 묵은 세월의 낱장을 뜯는다.

2004.10.21.새벽 2시  잠을 꾸어준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