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을 미루고 미루던 부모님께서 "이젠 마지막이야" 하시면서 오신지 한달이 지나갔다. 그연세에 어디를 가시냐고 말려대던 올케들도 "마지막이니 봐줘" 하고 고개조아린 내 성의에 그만 눈을 감고 말았다.
마흔을 넘긴 나이도 부모님 앞에서는 철부지 막내딸일 수밖에 없음이 한없이 기쁘다.
한달이 어찌 그리 빨리 지나가는지.... 오시면 해드리고 싶었던 다양한 음식들은 아직도 새록새록 하루를 기다리고, 모시고 가고 싶었던 저녁놀 깊은 바닷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오시던 맡에 아프시기 시작한 엄마의 가녀린 등을 주무르면서 괜히 오시게 했나 하는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가을을 시작하는 빗자락에 한국을 떠나오신 부모님은 내가 사는 이곳의 계절변화 없음에 식상하셨으리라! 유난히 비가 많은 요즈음의 하늘을 원망하며 하루빨리 맑은 날들이, 따뜻한 날들이 계속되기를 기도해본다.
어린 시절 철이 없던 나는 엄마가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에 비해 나이가 많이 들어보임에 늘 속상해 했었다. 그래서 엄마가 학교에 오셔야 하는 날은 아침부터 부어터진 얼굴로 퉁명을 떨고 엄마를 힘들게 했었다. 마흔이 넘어서 나를 낳으신 엄마는 몸이 많이 약하셨었다. "네가 어렸을때 안아주지도 못했어. 그래도 넌 참 잘자라주었지!" 늘 들어오는 엄마의 미안함을 당연시하며 엄마에게 대책없는 나쁜딸 노릇을 게속하던 내가 한국을 떠나와서 자주볼수 없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되새김질하던 옛기억을 이제라도 회복해보고자, 부모님을 잠깐이라도 모셔보기로 한것이었다. 비록 석달의 기약이지만 행복하게 사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은 마음은 분주하기만 한데, 부모님의 건강은 내 안달이 무색하리만치 허물어져 간다. 여든을 넘기신 그 연세를 어찌 막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