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날 부부동반 으로 주문진을 지나 오대산을 갈거니까 준비해"
"준비 안하면 어쩔건데?"
'맘대로해 안간다고 해도 가자고 가자고 안할거니까, 괜히 후회하지말고 가자고 할때 가는게좋을걸.......'
"그래! 그럼 안가 내가 안가면 누가 아쉬운지 모르나본데 ......."
"그래 그럼 가자 당신 단풍구경시켜줄께......."
배짱으로 밀어부치는 남편에게 이젠 이골이나서 나도 배짱으로 답을 합니다
아침 6시50분까지 집결장소에 도착해야 된다고 해서 일찍 일어나 분단장을 하는 거울속의 여자 ....안간다고 배짱을 부릴땐 언제고 남편보다 일찍일어나 분단장을 하고 있으니 안데리고 갔으면 울뻔 했습니다
일년에 두번씩 여섯번 본 여인네도 있고 일년에 삼십번도 넘게 보는 여인네도 있어 어렵거나 어색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작년하고 올 다른것은 남자들보다 여자들의 힘이 더 세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랫만예요 형님.. "
"안녕하세요 잘지냈어요....."
형식적인 인사가 오고가고 여자들의 수다가 시작되자 남자들은 모두 뒷자리로 가고 회장님 의 한 말씀인사가 끝나자 마자 노래방 번호를 찍기 시작하더니 커다란 스피커 소리가 귀청을 울립니다
"기사 아저씨 단속 걸리면 안되잖아요?"
"괜찮아됴 손님들이 이런 재미로 관광버스를 타는데 ..........이렇게 안하면 손님이 있습니까, 그리고 관광 한철이라 도로에 차가 밀려 밤늦게 까지 운행을 해야하니 피곤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또 운행을 하니 손님들이 너무 조용히 가면 우리도 졸려요, 단속을 한다고 해도 다 아는거니까 적당히 맞추어주면 됩니다 걱정말고 재밌게 노세요"
술이 한배씩 돌자 남편들 노래자랑을 하고 또 술한배씩 돌리고 ........
신명 좋은 여인네들 벌써 일어섰습니다
즐겁고 신나는 관광버스 메들리가 나오고 술이 있고 남편과 아내가 있으니 어깨춤을 추면서 버스도 춤을 추나봅니다
하지말라고 하면 안해야 되는줄은 알지만 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시간도 잘가고 차멀미도 안나고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를때마다 다른차 관광버스 손님들도 가만히 앉아서 갈거면 뭐하러 관광버스 타느냐고 거의 같은 소릴 합니다
금강산을 옮겨다 놓은것 같아서 소금강이라고 했다는데 단풍구경하기엔 날씨가 약간 흐렸지만 산을 타기엔 덥지않아서 좋았습니다
한굽이 돌아들면 눈이 밝아지고 또한굽이 돌아들면 입에서 아하 -------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크고 넓고 우뚝 솟은 바위에 기대인 물줄기가 하얗게 쏟아지는데 노랗고 붉고 푸르고 .... 입이있어도 말할수 없는 색들이 사람을 둘러싸고 사람구경을 하는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어 노인봉 못미쳐 만물상까지 밖에 못가게 된 아쉬움을 구룡폭포에 풀어놓고 돌아오는진부령 고갯길이 어찌나 꼬불꼬불 한지 기사 분도 정신 빠짝 차리시는것 같고 멀미를 하는 여인네들도 하나둘 생기고 남자분들도 속이 안좋으신 분들이 있나본데 차창넘어 로 펼쳐지는 골짜기 골짜기 능선의 단풍 정말 좋았습니다
단풍이 든다는것은 나무가 스스로의 삶을 위해서 몇개월을 함께한 자기의 분신인 잎새들을 조금씩 조금씩 버리는가혹한 행동의 증거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고 이 난리를 치고 ........................
깊이 생각하지 말고 보이는것 자체를 즐기자 그깊이를 헤아리기엔 시간이 너무아깝지 않니 ....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가볍게 살자로 변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보였습니다
고갯길이 끝나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음악을 틀으라고 합니다
쿵짝 쿵짝 호로로로롷 신나는 소리가 들리고 한번 뿐인 인생에서 오늘은 오늘뿐이라며 오늘을 맘껏 즐기는 여인네들은 몰래 먹는 사과가 더 맛있는것처럼 경찰이 있으니 앉아 달라는 신호를 마음껏 즐기면서 깔깔 호호 난리가 납니다
tv에서 관광버스 화면이 나오면 우리집 아이들이 물어봅니다
"엄마도 관광버스 타면 저 아줌마들 처럼 놀아 ?
나도 니들만할땐 그런 사람들이 이상해 보였였어 근데 해보니까 즐겁더라 니들이 아무리 사랑스러워도 엄마의 즐거움은 또 따로 있는거야 이런 관광문화(?)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너희들도 우리 처럼 하게 될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