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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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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앞에서


BY 나진희 2008-07-13

고난 앞에서

 

나진희

 

 

 물이 나오지 않는 샘을 간절히 파들어 갔던 날들, 수맥이 말랐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흙탕물 같은 절망이 콸콸 넘쳤다. 빗방울 하나 볼 수 없는 지독한 가뭄이 계속 되었지만, 내 안에는 자주 장대비가 휩쓸고 지나갔다.

 희망으로 만발하던 나는 끝내 열매 맺지 못하고 이대로 꺾여져야 하는가! 그러나, 절대로 굴복할 수 없는 심지(心志) 하나가 아직은 죽지 않았다, 죽을 수 없다, 보이지 않는 땅 속 깊이 미래를 향하여 꿈틀거린다. 깊은 절망에 잠겨 익사해가던 나는 벌떡 일어나 어둠 뿐인 방 안에 형광등을 환하게 켜놓는다. 말린 고사리 같아진 화초에 한여름 소나기처럼 물을 흠뻑 뿌려준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새순을 틔워야 할 때, 바로 지금이다.

 

 

-광장, 2008,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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