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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을 위한 하루의 유랑


BY 수니 2004-11-30

    
    제목 : 만남을 위한 하루의 유랑
    
    다양한 삶의 얼굴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입구부터 정겨움이 죽 늘어져 있는 곳. 그곳엔 맑은 웃음과 삶의 향기가 가득하다.
    살아감에 에너지가 되는 진정한 인간적 정을 흠뻑 느끼고 싶어 찾아 가는 곳.
    오밀 조밀 늘여놓은 현미 조 보리 콩......  조금씩 담겨 있는 잡곡들이 
    조그만 할머니의 손길을 더듬어 거리에 나와 있다.
    주름이 세월을 말하지만 그래도 세파의 찌들음도, 
    찌그러진 마음의 선線도 남지 않은 인생의 달관, 
    온화하고 맑은 얼굴을 만난다.
    삶의 전쟁터에서 물러나 이제 생의 여유로움을 다 가진 얼굴.
    얼마나 더 살아야 욕심도 시기도 모두 사라져 저리도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는가.
    맑은 할머니의 얼굴을 뵙고  또 다른 삶의 치열함 속으로 들어간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장사꾼의 호객소리도 
    미리만난 할머니의 편안함 때문에 여유로운 멜로디로 들려오고, 
    질척거리는 장터의 유랑은 마음조차 푸근하다.
    맑은 눈들과 밝은 미소와 활기찬 목소리 속에서, 
    버리지 못했던 티끌들이 저절로 녹아내리고 정화된다.
    이런저런 얼굴들을 대하며 눈 맞춤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치열하지만 치졸한 경쟁이 없는 곳, 
    그 곳에서 삶의 끈적이는 진한 정을 느끼고 고마움을 느낀다.
    따스한 교감으로, 한 동안은 비워냄으로 살 여유를 얻음이다.
     
    그 따스한 가슴으로 한발 한발 걷다보니,
    저만치 번쩍이는 현대식 건물의 웅장함 앞에서 멈춰 섰다.
    입구부터 주눅 들게 하는 곳.
    청바지에 그리 비싸지 않은 자켓 하나. 흔한 짝 퉁 하나를 어깨에 멘,
    비싼 것을 두르지 않은 모습에 싸늘한 시선들이 나에게 당당함을 잃게 하지만
    그래도, 나는 당당해야 한다고 주문을 외며 
    온갖 외제와 명품으로 치장한 여인네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서 본다.
    
    거기엔 입을 다물 수 없는 기하학적인 숫자들 앞에서 
    자신의 속내만큼 비어버린 자존심을 채우려 꾸며진 우아한 미소로
    한 점의 주저함도 없이 허상들을 사고 있다.
    잘 다듬어지고 꾸며진 여인들, 삼삼오오 과시의 경쟁과 
    온갖 고뇌는 다 가진 듯 홀로 휘적거리며 가는 불쌍한 얼굴들이 섞여 있다.
    오만한 허영심으로 굳어진 근육들이 더 이상 감정을 나타내기 싫은 듯,
    지불한 금전만큼 돌아서면 쓸쓸할 자괴감으로 가득차 
    가슴은 눈물로 얼룩지고 얼굴엔 짙은 어둠으로 생명없는 얼굴들. 
    스스로 채우지 못함을 비싼 것들로 치장한다고 해도 
    흐르는 세월은 어찌 할 수 없음인데, 
    덕지덕지 붙은 거추장스러움이 삶의 무게를 더 함인데.
    언제 버림의 자유를 그녀들은 알까.
    
    애틋한 눈길로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오히려 그녀들은 내 초라한 몰골(?)을 비웃듯이 싸늘함을 날리고.
    속으로 이죽거리는 눈길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니, 
    아! 시원한 공기에 이제야 살 것 같다.
    그 황금의 장소에서 난 숨조차 쉬지 못할 만큼 답답한데
    아직도 그 속에서 헤매는 이들이 안타까워 
    긴 눈길 던져 따스한 애정을 실어 보냈다.
    
    여인들이여.
    흘러간 세월만큼 아름다운 내면의 빛을 발해야 함을,
    어찌 그리 초라함으로 아직도 물질의 미련을 버리지 못함인가.
    아니, 삶의 의미를 물질에서 얻으려 하는가.
    진실한 생을 사랑하게 될 날이 언제쯤 그대들의 가슴에 스며들게 될지...... .
    소수의 인생이리라 위안을 삼고, 
    또각또각 거리는 보도 불럭을 따라 하염없이 걸어본다.
    
    발 닿은곳. 풋풋한 향기가 가득하다. 
    와~ 젊은이들이 정말 많구나.
    여기에 내가 와도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젊고 싱싱함이 즐비하다.
    꾸미지 않은 맑고 투명한 얼굴들이 햇살 같은 웃음을 날리며 화사하다.
    그 낭랑한 웃음소리가 아름답다.
    바라보고 있노라니 금세 가슴에 행복함이 넘친다.
    그래, 꾸미지 않은 젊음. 당당한 젊음이 보여주는 마음의 거울들이 빛이 난다.
    진정 아름다운 얼굴들이 거기에 있다.
    실컷 즐겨라. 지금 즐기지 아니하면 훗날 후회할일 있으리.
    지금 그대로의 아름다움으로 한껏 즐길 일이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니 내 젊은 시절이 아득하게 느끼어 진다
    그런데도 나도 그들 인 냥 그 들 속에서 밝게 웃고 있다.
    거기에 내가 있단 말이다.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또 다른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려보니
    잔뜩 흐림의 먹구름이 거기 있었구나.
    똑 같은 화장에 비슷한 옷차림에 비슷한 헤어스타일로 만들어진 얼굴들.
    아! 안타깝다. 저런 꾸밈없이도 충분히 아름답고 고운 얼굴임을.
    지금 누리지 못하면 그 싱그러운 아름다움을 언제 느끼게 될꼬.
    당장 세수를 시켜 그 싱싱한 피부와 당당한 가슴으로 나서게 하고프다.
    그 떡칠한 화장기 뒤에 숨겨야 할 것들이 어찌 그리 많은가.
    살아감에 조금씩 숨겨야 할 티가 하나 둘 생길 때 그때 숨겨도 늦지 않을걸.
    측은한 마음으로 시선을 던지고 휘적휘적 그곳을 빠져 나왔다.
    젊음의 거리.
    그 곳엔 풋과일 같은 싱싱함과 만들어진 조각같은 마네킹을 동시에 보았다.
    복잡한 시대인 만큼 얽혀있는 감정들이 만들어 낸 다양함을 보았다.
    
    아! 이제 나도 조금씩 늙어 가고 있나보다.
    그 짧은 여정에 피곤이 닥아 온다
    내가 오늘 얻은 것은 무엇이고, 버리고 온 것들은 무엇인가.
    많은 이들의 얼굴에서 희망도 실망도 양지바름도 그늘도 보았다.
    삶을 초연함으로 이뤄가는 해탈의 얼굴까지 보았다.
    오늘 만난 얼굴들 중에 어떤 이에겐 위로를 건네고, 
    어떤 이에게서는 위안과 해안을 담아 보았으니 
    그 귀함을 가슴에 새겨 날 정화하는 에너지로 쓰려 한다.
    
    난 내 얼굴에 무엇으로 나타나 있을까
    아직도 버리지 못함이 있음에 오만과 자만심과 어리석음이 보여 지고 있지 않나.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다. 늘 깨어 있는 성숙된 여인이고 싶다.
    내 삶의 맑고 투명한 얼굴로, 따스한 가슴으로 있고 싶다.
    여유로운 중년의 아름다움으로 보여 지고 싶다.
    그런 얼굴로 살아가고 싶다. 
    
    
    
    휘청거리는 거리에서 
    마주한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