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차 한잔을 들고 창가에 섰다. 오다가 말다가 하는 비가 주말을 적셔놓고 저만치 가을향을 가득 뿌려 놓았다. 휘이익 돌아가는 갈바람이 가슴으로 스며들어 그 스산함에 팔을 슥슥 문질러 본다. 가을은 소녀의 마음으로 차창을 서성이게 한다. 이 무슨 망발(?)인가... 중년에 소녀같은 감성으로 계절이 보이고 사람이 보이다니.. 아직도 성숙되지 못한 내면에 빈공간이 있음인가.. 그 의문을 던져놓고 대답조차 찾지 못한체 긴 시선던져 먼산만 바라본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보니 여기저기 신문과 보다만 책들이 뒹굴고 있다. 이미 싸늘히 식어버린 차 한모금을 마셔보지만 더욱 스산하다. 다시 뜨거운 차 한잔을 끓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