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지 얼마 안있어
이웃이 생기고 반갑다고 준 양파즙
자기네 고향에서 양파를 많이 심어서
건강원에서 푹 달였다고 먹어보라던
생각지 않게 달콤해서 하나 들고와 아이에게 먹였다
유월 더위가 시작될 무렵
그대와 사랑을 시작했다
중국 음식점에서 양파를 까고
매워서 코가 시큰 댈때
그대는 흙 다방에서 나를 기다렸고
우리는 까도 까도 드러나지 않는 속을 알 수 없어
집앞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았고
김밥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었다
기억이 시작되는 언제부터인지
우리집 밭에 양파 꽃이 피었었다
식탁에 마주 앉은 그대는 지금
어머니가 부쳐준 들녁의 향을
하얗게 머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