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경찰들의 전기충격 총 등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860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BY 낸시 2022-05-09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탓을 마라.
자라면서 자주 듣던 속담이다.
요즘 이 속담을  떠올린다.
 
스페인어를 공부하면서, 아닌 척 하면서도 성적에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그 성적이란 것이 돈주고 달라지는 것임을 알고 난 후론 좋은 성적을 포기했다.
성적을 돈주고 사는 것은 바보 짓 같았다.
하지만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꼽다는 느낌은 들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했으니 돈주고 사는 점수로 달라지는 성적엔 무심하기로 했다.
그러다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돈주고 점수를 사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점수표 숫자가 널뛰기를 멈춘 듯 보여서다.
돈으로 점수를 사는 바보가 없어진건지, 그런 시스템이 없어진 건지 모르겠다.
암튼 점수표 숫자가 널뛰기를 멈추었다.
그렇다면 다시 도전해봐야지, 정상적인 경쟁이라면 지고 싶지 않다.
 
하루 대여섯 시간씩 스페인어 공부에 매달렸다.
다섯 등급 중 최고 등급에서 일등으로 마무리를 해보고 싶어서다.
그렇게 하면 전설 칭호를 얻게된다.
그 전설 칭호를 이번에는 내가 한번 얻어보리라.
드디어 고지가 눈 앞에 보였다.

여기는 어제가 어머니날이었다.
식당이 일년 중 제일 바쁜 날이다.
물론 우리 식당도 바빴다.
정신없이 바쁘니 스페인어 공부할 시간이 없다.
그래도  2등하고 점수 차가 많아서 마음은 느긋했다.
바쁜 중에도 가끔씩 점수를 확인했지만 뒤집힐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마감 시간을 30분 앞두고 2등과 점수 차는 여전히 많았으니 이번에는 따놓은 당상이다.

다시 스페인어 프로에 로그인을 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전설 칭호를 받은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전설 칭호가 뜨지 않는다.
삼십분 사이에 누가 내 일등을 도둑질해 간 것인가?
돈주고 점수를 사고파는 행위가 여전히 있었던가보다.
그렇게 점수를 올려 얻은 성적도 자랑스러운 것일까?
눈 뜨고 도둑질 당한 기분이어서 씁쓸하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탓을 말라했으니 탓을 말자.  
그 까짓 전설 칭호가 뭐라고, 길이 아니면 가지도 말라했으니 포기하자.
 
맘은 좀 상하지만 그래도 스페인어는 열심히 해야겠다.
요즘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가 조금씩 가능해졌다.
아니, 원활하게는 아니어도 의사소통은 된다.
전설 칭호는 못 받아도 의사소통을  쉽게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맞다, 내가 갈 길은 좋은 성적을 얻는 것이 아니라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전설 칭호가 아니라도 열심히 공부한 보상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