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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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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향인가? 커피 향인가?


BY 마가렛 2022-04-12

점심시간에 맞춰 공원을 걷다 보니 손에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많이 뜨이고
유모차를 끌고 가다가 아기에게 방긋 웃으며  꽃길을 걷는 젊은 엄마도 보인다.
볼살이 통통한 아가가 참으로 귀여워 나도 눈웃음으로 인사를 건네며 스쳐 지나가면서
아들이 어렸을 때 남편 어깨에 목마를 타며 까르르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벚꽃들이 춤을 춘다.
벚꽃들이 춤을 추니 어느새 꽃비가 되어 한 차례 꽃들을 날려 보내준다.
바닥에 쌓인 꽃잎들은 밀물, 썰물이 되어 밀려갔다 밀려온다.
소중한 장면과 순간이 찰칵 카메라에 담기는 몇 초의 시간에 숨을 멎는다.
벚꽃들 사이로 박태기 나무와 조팝나무도 피어 올랐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이 향기는 벚꽃 향인가, 커피 향인가? 
그것도 아님 저 멀리서 은근히 풍겨오는 옥수수 튀기는 냄새일까?
알다가도 모를 향기에 난 스스로 답을 내렸다
벚꽃이 톡 터지는 소리, 벚꽃이 꽃비 되어 떨어지는 소리라고.

친구가 톡을 보냈다.
이 좋은 날에 벚꽃 구경도 못하고 확진되어 방에 갇힌 본인이 처량하다며,
벚꽃 다 진 다음에 격리가 끝난다니 너무 아쉽단다.
그러게. 벚꽃을 참 좋아하는 친구인데, 그렇게 조심 또조심을 했는데도
확진이 되어 나또한 친구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서
벚꽃이 지나가는 자리에 영산홍도 철쭉도 라일락도 이어서 피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고 도닥였다.
라일락 향도 좋아하는 친구니까.
친구는 며칠 전만 해도 벚꽃 구경 할  마음이 잔뜩들떠 있었는데 갑자기 확진이 될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남동생도 확진되어 내일까지 격리중이라 엄마가 노심초사하고 계신다. 엄마가 확진 안되고  무사히 잘 넘기셔야 될텐데 걱정이다.

어제는 히스토리
내일은 미스테리
오늘은 선물이란 말이 맞다.
선물 받은 오늘 간강한 마음으로 즐기고 행복하게 하루를 잘 보내면 그것이 쌓여 멋진 히스토리가 되겠지?
내일은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벚꽃 향인가? 커피 향..바람이 분다.
부는 꽃잎이 떨어져 종지나물 꽃밭에 앉아 서로 이웃한다.
어떤 꽃잎은 아스팔트 길 위를 수놓고, 어떤 꽃잎은 이렇게 다른 꽃들과 어울려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눈다.
길 위에 꽃잎들을 밟을까 조심조심 걷다가 문득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 하나.
이 꽃잎들이 다시 벚꽃나무 위로 올라가 원래 자리로 되돌아 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이런 생각에 혼자 피식 웃는다.
아름다운 사월이 이렇게 또 지나가고 있다.

벚꽃 향인가? 커피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