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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의 추억


BY 순데렐라 2004-10-20

놀이터의 추억


  요즘 유진이는 놀이터를 무척 좋아한다. 놀이터에 나가자고 아침을 먹고 돌아서면 창밖에 매달려 ‘놀이터..놀이터..’ 외친다. 

  

21개월 된 아이가 무슨 놀이터를 그리 좋아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유진이 나이 때 나 역시 더 심했으면 심했다고 엄마는 말씀하신다.  

  

내 위에 한 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었기에 엄마의 허락 없이 언니의 손을 잡고 나가서 밥 먹을 생각도 안하고 들어올 생각도 안했었다며........ 


  

 “엄마 유진이는 놀이터에 나가면 집에 들어올 생각을 안 해. 저번에는 3시간을 놀이터에서 놀았다니깐.. 지겹지도 않나봐... 아주.. 기록을 세운다니깐... ”


 

 “그런 말 하지도 마라.. 넌 니 언니랑 말도 없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혼 난 게 한두 번도 아냐. 말도 얼마나 안 듣던지.. 혼나도 다음 날 또 놀이터를 가자고 잡아끄는데 엄마는 포기하고 그냥 둔적이 여러 번이지. 그러다 어느 순간되니깐 말 안 해도 알아서 놀다 시간되니깐 들어오더라.”


  

이상도 하지...

  

놀이터가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요즘은 놀이터에 앉아서 유진이 노는 것을 보면 저런 유치한 짧은 미끄럼이 재미있을까? 저 재미없는 시소가 뭐가 좋을까? 왜 장난감이 많은 집보다 놀이터를 더 좋아할까??? 

  

궁금증이 가득하지만 유진이를 이해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내가 너무 커버려 동심을 잃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밖에 생각 들지 않는다.

  

내가 지금 유진이와 눈높이가 같은 동급생이라면 놀이터가 가장 좋아할 수밖에 없는 곳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하는 유진이의 놀이터타령이 그리 즐겁지 만은 않다.

  

어울려 놀기보다는 지켜보고 다칠까 아님 누가 건드리나 감시하는 역할은 재미있지만은 않기 때문이며 사실 놀이터에 나가면 큰아이들에게 치여서 제대로 놀지도 못하며 그냥 밀리고 울고 하면서도 그 놀이터를 매일 가자고 하니 내가 보기엔 유진이가 바보 같이만 보일 때도 있으니 놀이터가 나에게 지금 좋을 이유가 없다. 

  

왜 반복된 실수를 하면서 또 해야만 하는 그런 것처럼 나는 또 당할까봐서 유진이가 놀이터를 가지 말았으면 하지만 유진이는 나처럼 놀이터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매일가도 항상 똑같은 놀이터 앞에만 가도 미소를 보이며 좋아한다.


  

“넌 놀이터에 남들이 먹는 걸 코 찔지 흘리며 쳐다보고 조금만 달라고 어찌나 쫒아 다니던지 그 모습을 본 엄마가 더 창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였어. 왜 그랬니??”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다. 왜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는 까먹지도 않고 머리에 기억하고는 지금 아이들과 비교하듯이 이야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다. 이런 도움 되지 않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웃자고 꺼내던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남편은 웃으면서 돌아서지만 나는 그냥 웃고 넘기지는 못한다.

  

잘 생각도 나지 않는 나의 나쁜 추억이 남들에게 있어서 웃음거리로 기억 될지는 몰라도 나는 왜 그랬을까....... 나 역시 의문이 가시지 않기에 다시 그 시간을 돌아 가보고 싶을 때가 있다.

  

만약 내가 그 시간으로 돌아가 보면 유진이가 놀이터를 좋아하는 이유도 알 것 같으며, 나 역시 유진이와 함께 놀이터에서 동심으로 돌아가서 즐겁게 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유진이와 놀아 줄 수 있을 뿐 왜 남들이 먹는 걸 쳐다봤을까 하는 의문은 유진이에게 있어서는 이해는 하지 못할 것이다. 

  

요즘의 엄마들은 나도 그렇지만 놀이터에서 아이가 슈퍼로 끌어당기면 어쩔 수 없이 끌려가도 막상가면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을 그냥 돌아 설수는 없는 게 요즘 엄마들에게 있어서 아이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기 때문에 남이 뭘 먹으면 쳐다보기 전에 슈퍼로 엄마의 팔을 당기기부터 시작하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적 놀이터에 이런 즐거움이 더했다면 아마도 놀다가 배가 고파서 집에 때가 되어 들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요즘 놀이터는 여러 가지 다양한 놀이기구들이 많고, 눈이 즐거운 색상들도 다양하다. 나 어렸을 적 놀이터는 색상은 둘째고 놀이기구가 없어서 흙을 손에 묻혀가면서 놀았던 기억도 난다. 유진이는 알려주지 않아도 흙은 더러운 것이란 걸 알고 미끄럼틀을 타거나 철봉 또는 그네를 즐겨도 흙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나는 ‘두꺼비’도 즐기고 모래성 만들기도 좋아했지만 유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이 놀이를 알게 되면 아마 놀이터에서 미끄럼틀보다 더 좋은 놀이라고 생각하겠지. 알려줄까.. 말까...  

  

생각나는 건 놀이터에서 흙도 먹고 어쩌다 같이 놀던 친구가 머리에 흙을 뿌려 그렇게 놀다가 집에 들어가 손발이 더럽다고 혼도 많이 나고 흙이 머리에 붙어서 머리를 감겨주는 엄마 손에 맞은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유진이는 아직까지는 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런 일로 혼나는 일은 없지만 요즘 혼나는 건 미끄럼 타기위해서 밀고 때리는 아이들과 넘치는 놀이터 기구위에 아이들에게 밀려서 떨어지면 우선은 유진이를 혼내고 보는 것이다.


  

“엄마가 이래서 집에 가자고 했지. 넌 아직 어려서 놀이터에서 놀려면 다치기만 한다고 몇 번을 말해야 알겠니? 더 다쳐야 집에 간다고 할 거야?”

  

어른 들이 말하는 좋은 시절에 태어나 호강한다는 말을 나는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적이 있는데 지금은 그 말을 유진이에게 해줄 때가 온 것 같다.

  

내가 많이 살지는 않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살아온 어렸을 적 먹고 싶었던 50원짜리 눈알사탕 그 돈이 없어서 남들이 먹는 모습을 쳐다보고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라본 적도 있지만 언니와 나를 누구는 사주고 누구는 사주지 않냐며 뒤돌아 섰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쳐서 울기 시작하는 유진이를 달래기 위해서 놀이터와 가까운 슈퍼로 데리고 가 500원짜리 사탕을 사주고 나면 좋아서 눈물을 멈추고 다시 놀이터에서 유진이는 인심 쓰듯 사탕을 나눠 주곤 한다. 

  

이런 나의 행동이 바른 건지 나쁜 건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엄마가 나에게 사탕을 사주고 싶지 않아서 사주지 않은 게 아니라 돈이 없었기에 돌아 설 수밖에 없었다는 걸 지금은 이해하기에 유진이가 자라서 이런 이해를 하기보다 엄마는 모든지 다해주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서 인내나 참을성 또는 독립심까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도 들긴 한다.   

  

  

놀이터는 꿈을 키우는 곳 같다. 

  

그 곳에서 뛰어 놀 수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지금처럼 어른이 되었듯이, 유진이도 같은 시절 같은 시간의 놀이터는 아니지만 그곳에서 꿈을 키우며 뛰어 놀다 보며 자신을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다.

  

놀이터는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그 자리에서 멈추지 말고 변해야 하는 건 커가야 하는 유진이와 친구들이란 것을 기억하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