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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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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


BY 하나 2005-01-10

큰 딸은 살림밑천이라더니 어쩜 그리 공부도 잘하고 부모도 위하는지...

큰 아들은 장손이자 집안의 기둥이라더니 참 듬직하네

세째도 언니 오빠 닮았나보다. 기특하다.

네째...

우리집 네째...

생각하면 가슴에서 눈물이 솟는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부모님의 따스한 손길을 미처 받지 못한 녀석...

사춘기의 기나긴 방황을 끝낼즈음

세상은 녀석도 모르는 사이에  성인이라는 갓을 씌워주었다.

막내는 막내라는 이유만으로도 모든것이 용서가 되고, 맨 끄트머리에 돌출되다보니

손길 한번이 더 가게 되고...

네째는 누나들과 형이 만들어놓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고스란히 받아야했고...

아무리 잘해도 거기엔 미치지 못함이 있었으니 좌절 또한 컸으리라.

왜 미처 보듬어 주지 못했을까...왜 미처 헤아려주지 못했을까....

말 한마디조차도 녀석의 반항기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온 몸을 찔렀을텐데...

새벽, 추운 한 겨울 새벽, 녀석의 교통사고 소식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전화속 다급하던 목소리, 공포가 밀려와 어둠을 밀어냈지만 정작 방바닥에 앉아있는 나는 일으키지 못했다.  그래, 그렇게 속 썩일바에야 차라리....이렇게 나쁜 마음이 그 순간 밑바닥에서 꿈틀댄건 왜였을까?  두번째 전화벨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 응급실로 가던 그밤의 일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간다.

피가 흥건한 녀석의 얼굴을 보면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던 내가 보인다.

아프다고 울먹이는 녀석 앞에서 , "하나님, 살려주세요"라고 속으로 기도하면서, 신께서 주신 귀한 생명을 마음으로 죽이려 했던 나를 한없이 뉘우치며 무릎 꿇었던 그때의 내가 보인다.

한달을 병원에서 새우잠 자던 그때의 내가 보인다.

뇌수술 마치고 혼미한 정신 속에서 녀석은 정작 친구는 알아보면서 가족들은 알아보질 못했었다. 녀석은 아마도 가족에 대한 애정 없음을 그런 무의식 속에서 털어낸 것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십대의 마지막을 녀석은 홍역을 앓듯 보냈다.

도심 속의  아침 칼바람이 매섭다. 자꾸 몸이 움츠러든다.

네째 생각이 나서 또한번 마음이 아프다.

이 추운날 공휴일도 없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네째...

장갑은 끼고 일하는지...내복은 입었는지...밥은 따스한 걸 먹는지...

전화로 안부를 묻고 또 묻는다.

녀석은 걱정하지 말라며 큰 웃음을 웃는다.

잠시 짬을 내어 녀석의 미니홈피에 방문을 해본다.

말문이 막힌다.

"엄마 같은 우리 큰 누나..."

두고두고 네게 미안할거 같구나, 네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