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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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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하나 귀 둘


BY 하나 2004-11-17

일을 하다보면 여러사람과 마주치게 된다.

얼굴도 모르지만,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 회사에 다니다 보면 결국 같은 일을 한다는 공통점을 갖게 되고, 직장 동료라는 테두리안에  묶이게 되는 사람들..

그래서 말이 통하게 되는 사람들...

하지만, 떨어진 거리만큼 다만 전화선을 타고 목소리를 나눌 뿐이다.

유능한 컴퓨터 덕분에 목소리만 나누던 사람들과 이젠 전자화면상으로 얼굴도 검색이 가능하다니....

모를지언정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면 큰일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나는...

좋게 좋게 이어지는 전화통화도 있지만, 때로 내 입장을 주장하다보면

스멀스멀 짜증이 일어나고 싫은 소리들도 오가게 마련이다.

그럼 그 다음엔 그 사람에게 전화하기가 참 거북스럽다.

한번의 불쾌한 통화로 그 사람을 백퍼센트 평가종료해버리게 된다.

얼굴을 마주대하고 얘기를 했더라면 한번으로 평가종료해버리는 오류는 범하지 않을텐데..

귀에서 들은 불쾌한 소리는 이내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게 마련이고

모르는 사이에 그 전화의 주인공은 깐깐한 사람 혹은 불친절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되는 것이다.

덩달아 통화한번 안해 본 사람도 급기야는 소문에 의지하여 평가종료해버린다.

나도 그랬다.

뻔한 오류인줄 알면서도 말이다.

어느날 그 소문의 주인공과 업무 논의차 만날 일이 생겼다.

소문 속 그녀는 불친절했어야 마땅한데, 처음 보는 내게 먼저 시원한 음료수를 건네고,

웃기도 잘 웃었으며, 초행길인 나를 위해 같이 택시를 타고 전철역까지 바래다주었다.

이런 만남을 계기로 그 후에는 전화를 하더라도 훨씬 부드럽게 되었으며

가끔 사적인 메신저도 할 만큼의 그런 직장 동료가 되었다.

전화란 얼마나 인정머리없는  기계인가!

한 낱 목소리 하나로 사람을 평가절하해버릴 수 있는 그런 온정없는 기계 아니던가!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을 열배, 백배, 천배로 퍼뜨리는 그런 줏대없는 기계 아니던가!

입 하나 귀 둘...

사람에게 왜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이겠는가.

그건 신께서 사람을 창조하실 때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치중하라고 그렇게 만드셨음이라.

열번 들었어도 내가 겪어보고 나서, 확인하고 나서야 입밖으로 냈어야 하는 말들...

전화기에서 들리는 열가지 말들을 그냥 입으로 내면 안될일이다.

입밖으로 내는 것 보다 더 잘 들어야 한다,  쓸데없이 귀를 혹사시키야 말아야 할 것이다.

온정 있는 내가 그런 줏대없는 전화기에 휘둘려서야 되는가!

이렇게 쓰고 보니 갑자기 내가 군자가 된 느낌..

입과 귀를 잘 다스려보자고 수능시험날 아침에 살짝 마음에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