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건물에 세들어 살던 우리 회사, 새로 건물을 지어서 이사를 하게 되었다.
1층은 세를 주고, 나머지 층은 우리가 썼다..
3층짜리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는 없고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옆에 누가 지나가면 꼭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고, 그러면서 자연히 걸음 속도가 맞춰지던 그 계단...순식간에 공간이동을 시켜주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면 말 건넬 틈도 없었을텐데...서로 뒤통수만 쳐다보고 말았을텐데...
그 계단 덕에 사람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그 공간속에서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우리 남편,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한번쯤 집 떠나 타향살이 해보고픈 마음에 지방근무 신청했는데, 덜커덕 발령이 나버린거다. 그것도 하필 내가 근무하던 회사 바로 아래층으로...
사람의 인연이란....
우리 남편, 나한테 자기 친구 소개팅 시켜준다고 만남을 주선했는데
그때 같이 만난 우리 남편의 친구 두명...사이좋게 등산을 하고 가끔 셋이 같이 모이기도 했었는데...나는 정작 모임의 주선자였던 남편과 결혼을 하고
다른 두 친구는 또 각각 결혼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의 한 친구가 결혼 후 집들이 한다기에 남편을 따라 그 집에 갔었다. 원체 이름을 기억 못하는 우리 남편 덕에 그 집에 가서야 우리 남편 친구의 아내가 내 입사동기인걸 알았다. 이보다 더 황당할 수는 없으니...덕분에 이름만 알던 그 입사동기와 지금까지도 자주 만나 수다를 떨곤 한다.
참, 사람의 인연이란...
내 바로 아래 남동생, 어릴 때부터 배구를 했었다.
끝을 보진 못했지만 대학 다니는 동안까지 배구 선수로 활동을 했다.
시합 때마다 꼭 남동생을 응원하던 몇몇 팬들이 있었다.
그 중의 한 여학생 팬, 남동생에게 끊임없이 펜레터란 걸 보내오고, 경기장을 찾아오고 하더니 결국에는 남동생이 군복무하던 양구 그 산아래까지 면회를 오곤했었다.
지금? 그 여학생 팬, 나의 올케가 되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이름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본다던 내 친구, 결국 개명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졌다.
아직도 그 이름이 낯설지만, 어쨌거나 개명하고 얼마 안 있어서 내친구, 연하남과 결혼에 성공했다. 순서를 바꿀 수는 없다며 형이 먼저 결혼하기 기다렸다가 조금 미루어서 결혼식을 올렸다. 형이 데려온 신부감...즉, 내 친구의 웃동서가 된 그녀...
여고시절 내내 함께 수다떨며 지낸 동창이었다.
사람의 인연이란....
스치는 수많은 덧없는 만남 속에 이런 인연이 맺어지기란 참...
그런만큼 소중하게 가꾸어가야하는 것이 또한 인연이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인연이란...
여기서 이렇게 글 쓰고 있는 내 모습도 예정엔 없던 일인데...이런 인연조차 감사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