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맨 막바지 날을 조금 일찍 시작한다.
긴 한가위 연휴의 끝에서고보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함에 이 나이에도 적응은 안되고 긴장한채 잠들었더니
몇번을 어둠 속에 있는 시계와 씨름을 해야했다.
그렇게 잠을 설칠때는 새벽은 더디 오더만
단잠을 잤다고 생각한 순간엔 이미 새벽은 오간데없고 아침이란 놈이 창밖에 버티고 섰더라.
기억도 안 나는 자질구레한 꿈세례에 정신은 혼미하고
그래, 이런날은 좀 더 서두르자 싶어
일찌감치 문을 연다.
현관문 앞에 200미리짜리 알록달록한 우유 한 팩이 놓여있다.
웬 우유가?
그순간 왜 그 생각이 퍼뜩 떠오른걸까?
요즘 누군가 유산균 음료에 몹쓸짓을 해서 가난한 몸을 상한 사람들이 있다는 뉴스가 들리던데 혹시?
내 눈이 어두워진게다.
우유배달하는 이가 집을 착각하고 잘못 가져다 놓았을 수도 있는데...
그 생각은 아니나고 오로지 사건 사고 소식을 전했던 그 아나운서의 목소리만 귓전에 맴돌았다.
내 눈이 어두워진게다.
내 식구들만 다치지 않으면 된다는 욕심에 좋은 면을 볼 줄을 모른다.
눈이 어두워진게다.
다른 사람의 작은 실수는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눈과 귀가 어두워지더니 이젠 마음조차 어두워진게다.
너그럽게 볼 줄 모르고 여유있게 생각할 줄 모르고
어둠 속에서도 눈을 뜨면 어둠보다 더 짙은 색으로 사물은 하나둘 윤곽을 드러내더만
자꾸 어두워지는 나는 이제 형용조차 없어질지 모르겠다.
오로지 내것만 보느라고 물샐틈 없이 경계를 하며 산다.
이런 느낌이 들때의 씁쓸함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