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럴 시간도 없지만, 문득 내 손을 보면 딱히 어느 곳이라고 지칭은 못하더라도
곳곳에 나이가 숨어있는걸 발견하곤 한다.
어릴 때는 적어도 지금같은 이런 못난이 손은 아니었겠지 싶기도하고...
하지만, 세세하게 살펴본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더 맞을거다.
원래 손 생김새는 친정 엄마를 그대로 빼다 박아서 손가락 길이도 짧고 마디도 굵고, 작다...어릴 때 부터 줄곧 들었던 말이 키에 비해서 손발이 너무 작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가늘고 긴 손가락을 보면 어린 마음에도 부러웠었는데...
엄마는 늘...여자가 손가락 가늘고 길어야 느리기만 하지 하나 쓸데없다는 말로 나를 다독이곤 하셨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손가락 굵고 짧은 여자는 부지런한 소리를 들어야만 할 정도로 일이 많다는 얘기도 되지 않는가? 그건 훨씬 큰 뒤에야 생각해낸거긴 하지만...
어제 밤에 문득 내 손을 펼쳐서 내려다보니 세월이 많이 지났음이 느껴졌다.
낮엔 사무실에서 일하느라 바삐 손을 놀려야하고, 퇴근하고 집에 가서는 집안일 하느라 바삐 손을 놀려야하고...그렇게 손을 놀려야 우리 식구들 밥도 먹을 수 있고,
깨끗한 옷도 입을 수 있고, 집도 좀 정리가 되고, 쓰레기도 버려지고...아이들 머리도 쓰다듬어줄 수 있고...무엇하나 손 닿지 않는 것이 없는 것이다.
흠...이런 위대하고 수고가 많은 손을 위해 정작 나는 사진 한장 찍어주질 못했구나..ㅎㅎ 맨날 내 얼굴만 사진 찍기 바빴을 뿐...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다음엔 큰 맘 먹고 내 손을 한번 찍어보리라...이런!!...내가 찍으면 한 손 밖에는 못 찍겠구나...남편에게 부탁해야겠다. 그럼,,,남편은 별 이상한 부탁도 다 한다며 웃을지도 모른다.
ㅎㅎ 하지만, 엄마의 손은 정말 아름답지 않나? 보존가치는 충분하다. 내 손이 튼튼해야 가족도 건강할 수 있는거니까...아이들 앨범에 꼭 내 손을 찍어 사진한장 꽂아둘테다...
우리 엄마도 그렇게 나와 가족을 위해 바삐 손을 놀렸을테고, 우리 시어머님도 역시 그렇게 하셨기 때문에 지금의 남편이 있는 것이고...나 역시 그만큼엔 미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손을 움직이고 있다.
손이 쭈글쭈글해지고 볼품 없어지더라도 마음 아프거나 서글프지는 않다.
그로인해 우리 가족이 행복하면 그것으로 나는 만족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