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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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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원짜리 동전 세개


BY 하나 2004-08-29

어느날 아침, 아직 곤히 잠자는 남편과 아이가 깰까 조심스레 현관문을 닫고 출근길을 서둘렀다. 막 모퉁이를 돌아 슈퍼를 지나려는데 유리문 사이로 낯익은 옷이 보였다. 시어머니였다. 어머님이 이렇게 일찍 뭘 사러 오셨는지는 뒤이어 들려온 슈퍼집 할아버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콩나물 삼백원어치는 안 팔어! 오백원이면 오백원이지 삼백원이 뭐야. 며느리들보고 용돈 좀 달라고 해! 그 돈 벌어 다 뭐해?"

 

별소리 다 한다며 콩나물 300원어치가 담긴 비닐봉지를 빼앗듯 들고 못 보일걸 들키기라도 한 것처럼 허둥지둥 나가시는 어머님. 동전 세개를 넣고 닫히는 슈퍼 돈통 소리가 왜 그리도 크게 들렸는지..

순간 멍해진 나는 어머님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인사조차 못했다. 그때 내 왼손에는 버스비 천원이 들려있었다.

난 왜 "제가 낼께요"라는 그 한마디를 못했던 걸까?

버스안에서 내내 어머님 얼굴이 아른거렸다.

어머님은 슈퍼집 할아버지에게 창피한 것보다,  하필 그때 콩나물 300원어치를 사러 가는 바람에 애꿎은 며느리 욕보였다고 미안해하실 분이다.

자식 몇이서 어머님께 드리는 용돈은 고스란히 손자손녀, 자식들에게 돌아온다.

며칠전 드린 용돈도 아마 자식들 위해 쓰려고 어딘가에 따로 두셨을테다.

그리고 어머님의 지갑은 또 그렇게 텅 비었으리라..

용돈 드린걸로 할 도리 다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자식들이여, 그 돈 고스란히 메아리되어 돌아오는거 아시죠?

그래서 어머님 지갑은 늘 빈털털이가 되고요.

한번 눈여겨 보세요.

 오늘 아침 혹은 저녁에 어머님이 백원짜리 동전 몇개를 들고 슈퍼에 가신건 아닌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