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한 남편이 알타리무를 냉장고에 옮겨야 되지 않겠냐는 남편의 잔소리를 들으며
오늘 베란다에 담아두었던 알타리무를 열어보니 적당히 익은 냄새가 난다.
하나 집어서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맛이라 김치 냉장고로 옮겼다.
제법 나가는 무게감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며칠 전 일을 떠올려 본다.
날씨가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벌써 3월 하고도 한참 지난 주말 오후,
겨우내 잘 먹었던 김장 김치도 이젠 거의 바닥을 보이고
슬금슬금 입에 무르기도 하여 봄동이나 사서 겉절이를 하려고 마트에 갔다가
뜻밖에 눈에 들어오는 알타리무를 냉큼 샀다.
겁 없이 4단이나 산 알타리무를 쳐다보니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와 베란다로 밀쳐 놓았다.
'2단만 살 걸 그랬나? 넘 욕심을 냈나 보다.'
혼자서 중얼거리며 남편의 눈치를 보면서 아버님과 자기가 좋아하는(강조)
알타리무를 담그려고 하니 좀 다듬어 달라고 말했다.
한 박스 그득한 알타리무를 쳐다보더니 남편도 조금 부담스러운지 오늘은 쉬고
내일 하잖다.
그럼 내일 아침에 밥 먹고 하는걸로 콜!
참으로 예쁘게도 생겼다.
잘룩한 허리에 빵빵한 엉덩이를 자랑하는 알타리무를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듬었다.
남편이 애벌로 한번 씻어내고는 소금까지 뿌려주었다.
소금은 내가 뿌리려고 했는데 그냥 대충. 뿌렸단다.
매의 눈으로 보니 조금 과하게 뿌린 거 같아 타이머로 시간을 재어 가며
뒤집어 주며 김치 속을 찾아보니 냉동고에, 잘보이는 곳에 있었다.
김치 속은 언젠가 김치를 하고 남은 것을 냉동고에 넣어 둔 것이다.
얼른 꺼내어 해동을 시키고 그사이에 다듬어 놓은 쪽파와 양파를 썰어 두었다.
갑자기 꺼내진 큰 스텐양푼을 보니 겨울 김장을 하는 기분이다.
작년에는 손이 아프다는 핑계로 김장도 제대로 못하고 엄마나 주신 배추김치와
동생이 준 김치를 받아서 잘 먹었는데 이번 겨울엔 나도 김장을 넉넉히 해서
좀 나누어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럼 손 관리를 잘해야겠지?
물 빠진 알타리무에 해동 된 김치 속을 넣어 잘 버무리니 약간 싱거웠다.
쪽파와 양파를 넣고 조금 남은 김치 속을 깨끗하게 빡빡 긁어 넣어서 다시 버무리고
맛을 보니 내 입맛에 맞아 추가할 것도 없었다.
이 기분 뭐지?
딱 떨어지니 좋다!
냉동고에 있다가 나온 김치속 덕분에 알타리무를 수월하게 잘 담궜다.
잘 익어서 먹으면 다른 반찬도 필요 없고 한동안 김치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다음에 친정에 갈 때는 알타리무를 좀 가져가서 엄마에게 맛 좀 보여드려야지.
울엄마 웬일이냐며 놀래지나 않으실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