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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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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눈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픔 이었다.


BY 초록빛 2004-07-15

 

  단독주택인 우리집은 아주 오래된 건물입니다.  벌서 일 년이 되어가네요.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남편 혼자서 구한 집이였죠. 더 좋은 집을 구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었으니  이사를 오겠노라구 마음으로 결정하는 것도 쉽진

않았을겁니다.

 

 한 달동안 집을 구해야 했고, 계약금을 치루기까지 가시나무에 찔린듯한

그 마음을 누구에게라도 하소연 할 수만 있었다면 그나마 작은 위로라도

받았을텐데........ 강자 앞에서의 우리의 모습은 그저 숨만 쉬고 있을뿐

이었습니다.  그들이 우리보다 나은 것은 그 것 뿐이었는데......... .

참으로 우습게도 아이들이 관중이었죠. 그리고 우린 너무나도 쉽게

약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넘어지고 쓰러지는 상황이 벌어지고야

겨우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얼마만큼의 눈물을 흘리고 나서야 그 공간에서 우리가 헤어나올 수

있었을까요, 되묻기도 싫은 일이었죠. 아이들이 기억을 할까봐 불안

하기만 했습니다. 그들 앞에 고개를 떨구며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의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 아파옵니다. 

 

  나 때문인 것 같아 참 많이도 후회를 했습니다. 내 아픔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것 같아 미안했죠. 맑은 공기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 땐 그래야 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었습니다.

그런 아픔이 있을거라는 것을 누구도 알 수 없었으니까요.

 

 답답증에 걸릴만큼 숨이 막혔습니다. 견딜 수 없을만큼 벅찼습니다.

추운겨울도 이보단 떨림이 없을 것 같았습니다. 쳐다보는 눈빛도

무서웠죠. 한 공간에서의 함께라는 말이 어울릴 수 없는 냉냉함이

견딜 수 없는 어려움 이었죠. 보고 싶지 않았지만 볼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눈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슬픔이었습니다.

 

 낡고 초라한 주택, 하지만 거실문을 열면 푸른빛 때문에 마음이

참 편해집니다. 얼마동안의 숨막혔던 순간들이 아닌 우리라는

것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 곳이 너무 좋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기에 좋습니다. 마음에 갈증이 나도 무엇으로도

해결될 수 없었던 웅장함이 아니라 보기엔 초라함이 있지만

마음에 갈증을 풀어 주는 고마운 공간이니까요.

 

 지난 일은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가끔은

그 때 일을 기억하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