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84

우산속의 두 모녀....


BY 초록빛 2004-07-14

 

   지금은 비가 오는 것이 그리 큰일이 아니었지만,  어린마음에는  상처가

되어 마음한 곳에 눈물이 늘 고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를 알았을 땐

이미 엄마의 마음엔 아픔의 싹이 트고 졌었음을 알아야 했죠.

 

  어린아이는  비오는 것이 가장 싫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비가 오는 날이면 왜 그렇게도 더 멀게만 느껴오는지..... 너무나도 가까운

그 거리가 말입니다.  촉촉히 젖은 땅 바닥에 뭐라도 떨어 트린냥 고개가

떨구어 지는 날 이었습니다.  행여나 친구들이라도 아는 척을 하면 그저

모르는 척 걸음이 빨라지기만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며 살 떨어진 우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내 편이

라도 되어준 것 같은 기분도 내어 보고, 그 아이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떨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도 보고 그러다 앞을 향해 바라보는

아이들이 있으면 괜시리 더 주눅이 들기도 하고............. .

 

 그칠만하다가도 등교시간만 되면 비는 왜 와야 했던지, 어린아이 속마음도

모르는 비가 그땐 이 세상에서 가장 미움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드디어 긴 장마가 그친 모양입니다. 등교하는 발 걸음이 마냥 신이 났습니다.

만나는 친구들에게도 환한 웃음을 자신있게 지어 보이기도 해봅니다. 수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두워지는 것이 아이의 표정도 어두워집니다.

어떤 아이들은 우산을 가지고 오기도 하였고, 어떤 아이들은 집에 전화를

하기도 하더군요. '난, 뭘 해야할까, 저 아이들처럼 나도 뭔가를 해야 할텐데..'

............................ .

 

 금방 그칠 것 같진 않았습니다. 마중나온 엄마손에 이끌려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속에 나도 있고 싶었는데, 학교 정문에 가까이에까지 오는 거리가

너무나도 길었습니다. 집에까지 가는 거리는 또 얼마나 길게 느껴질까요.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나도 가까이에서 빗줄기 사이로 낯익은

모습도 보였습니다. 너무나도 가까이에 서 있는 그분.

 "안에까지 들어갈 걸 그랬구나. 옷이 다 젖었네."

 ".................................."

그 어떤 말도 아이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마디라도 꺼내기만 하면 눈물과 함께 더 세찬 비가 내릴 것 같으니까요.

건내준 것은 살 떨어진 우산이 아닌 아직 상표가 붙어 있는

우산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우산을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도 같고 싶었던 새 우산인데도 말입니다.

 

  우산속의 두 모녀는 무언속에서도 순간의 마음을 읽었나 봅니다. 

'이젠 비가 와도 고개를 땅바닥에 떨구지 않을거지?'

'네, 이젠.... 앞만 바라볼거예요.'

 서로의 마음에 담아 두었던 것들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를 싫어하던 그 아이가 장성하여서는 누구보다도 비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비가 내린 후 촉촉함을 느끼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