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베란다 창고에서 방망이를 들고 나온 남편이 기름진 수건으로
방망이를 열심히 닦는다.
빤히 쳐다보다가 방망이를 왜 꺼냈냐고 물으니 다디미돌 위에 올려 놓을 거란다.
그 행동이 마음에 안 들어 사용을 하지 않으니까 그냥 넣어 두는 게 좋다고 했는데도
기어코 열심히 닦아서 다디미돌 옆에 놓는다.
이럴 때 내가 그 방망이를 치우면 서로 소리가 높아지기에 일단 참아본다.
우리집 다디미돌은 시어머님이 쓰시다가 자연스레 물려주신 것이다.
내가 그것을 사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지만 거실에 늘 우리와 함께 숨 쉬고 있다.
다디미돌 위에는 청동으로 된 장식이 올려져 있어서 그런대로 인테리어 효과를 내고 있는데
굳이 그 옆에 방망이를 갖다 놓겠다는 이유는 세트이기 때문이란다.
세트가 그리 중요한가?
그것도 어찌 보면 틀에 박힌 사고 때문인데 스스로 열려있고 포용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남편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젠 서로에게 잔소리나 듣기 싫은 소리는
피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 방망이로 다디미돌 위에 남편 옷을 올려놓고 두드릴 수도 있겠다 싶으니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남편은 국을 안 먹는다.
국이 위에 안 좋고 나트륨 섭취가 높기 때문이라며 나에게도 국을 먹지 말란다.
남편이 좋아하는 토란국을 끓여서 저녁 상에 올려 줬더니 맛있다며 잘 먹는다.
이치대로 한다면 토란국도 안 먹어야 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국은 먹는다?
남편이 국을 먹든 안 먹든 아버님이 계시는 집이기에 국이나 찌개가 없는 날은
거의 없다.
다양한 재료가 국에 들어가기에 영양가가 많아 반찬에서 부족한 것을 채울 수
있는데 본인이 싫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사실 나도 위가 안 좋은 편이라
국을 좀 줄여 보려고 하는데 한국 사람이다 보니 국을 은근히 좋아해서
잘 먹는다. 다만 나트륨이 걱정되기에 조금 싱겁게 하거나 국물을 잘 안 먹으니
기분 탓인지 속은 좀 편하다.
설거지 할 때도 보면 우리부부는 반대다.
난 그릇을 엎어 놓는데 남편은 그릇 속이 보이게 위로 포개어 놓는다.
서로가 다른 이유가 있지만 이젠 그려려니 하면서 서로 좋을대로 하십시다. 한다.
요즘 들어 이런 사소한 것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는데도 모르는 척 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서 제법 알기에 태클을 걸지마! 하는 마음과, 귀찮고 싸우기 싫은,,
어쩌면 사랑이 식은 나의 마음 때문이니라..ㅋㅋ
*다디미돌 : 표준어는 다듬이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