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자빠져야 할 상황에 난 그냥 웃었다.
큰소리로 키득키득....
지난 토요일에 부부동반 모임이 하필이면 문경새재에서 있었다.
일찍 퇴근한 남편은 3시까지 가야할 약속시간을 재촉을 했는데...
그날 대구사는 친구가 모처럼 와서 점심먹고 차마시고 노닥거리다보니 어느듯 2시가 가까워 오고 있었다.
완벽한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난 가게에 볼일이 있어서 키 뭉치를 꺼내들고 먼저 집을 나섰는데
아뿔사....키를 집에 놔두고 나온거였다.
다시 집에가서 키를 찾았지만 도무지 행방이 묘연했다.
10여개의 키가 달려 있어서 쉽게 눈에 뜨일법한데 온 집을 들쑤시고 뒤져도 없었다.
이상하다...
생각의 끝이 더이상 나갈데가 없자 서서히 열이 받혔다.
아니 열이 받히는게 아니고 머리가 돌것 같았다.
내가 움직인 행동반경이 뻔한데 흔적도 없이 키는 사라지고 남편은 전화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머 하는거야?....늦었잖아....."
"키가 없어졌어요.....키가...."
"어디다가 두었는데?"
"그걸 알면 내가 이렇게 머리 돌지 않죠..."
뒤지다가 뒤지다가 휴지통까지 엎어보고 한번도 열어본 적이 없는 구석에 놓인 사물함까지 몽땅 뒤집었다
거기에는 있을턱이 없는데도 혹시 발이라도 갑자기 달려서 그리로 도망쳤나 싶어서 없을줄 알면서도 다 훑었지만 없다...
주저 앉아서 생각을 정리 해봐도 손에 쥔것 까지는 기억 나는데 그 뒤는 필름이 끊겨 버렸다.
기다리다 지친 남편이 쫓아 올라왔다.
노발대발...........
"사람이 왜 그래?...정신을 엇다 팔고....벌써 30분이나 늦었는데....ㅉㅉㅉㅉ"
이럴땐 꼬랑지 내리고 죽은듯이 고개 들이밀고 있어야 했다.
시간에 쫓겨서 할수 없이 그냥 차를 탔다.
차에 키를 꽂을려던 남편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어!!??.....어라??!!!....이게 왜 여기 있지?"
남편이 놀라서 들여다 보는 키는 내가 찾던 그 키였다.
공포에 질린 남편.......
도끼눈으로 잡아먹을둣이 노려보는 나..........
차 키인줄 알고 잠시 식탁위에 내려놓은 내 키를 아무 생각없이 주머니에 집어 넣은거였다.
원흉....주범.....
난 맥없이 그냥 웃었다.
이 상황에 펄펄 뛰어봐야 은근슬쩍 뭉개고 말 남편의 그 능청을 알기에......
앞에 슈퍼가 보였다.
"차 세워요........."
"왜?"
"머 하나 살라고............."
"머 살라고?"
"정신지수 재는 기계하나 살려고.........."
남편은 악세레이다를 더 세게 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