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인연을 맺은 친구가 있었다. 나이는 나보다 다소 많았지만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사는 평범한 아낙이었다.
가축을 키우고 논농사 밭농사로 아이들 대학까지 시킨 억척스러운 사람이었다. 난 이친구에게서 매년 곡식을 사다가 먹었다.
제삿상에 올리는 음식만큼은 국산을 고집하는 내 까다로운 성미를 아는 이 친구는 매년 제일 좋은것만 남겨 두었다가 나를 주곤 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친구에게 참깨를 닷되 부탁했다. 깨 추수하는날(일명 깨 터는날) 마추어서 가면 기다렸다가 자루에 담아주고.... 그랬는데...
얼마전에 난 오후에 오라는 친구의 말을 무시하고 오전에 갔다.
오랜만에 차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수다좀 떨려고... 또다른 친구 한명과 같이..
뒷마당에서 내외가 깨를 털고 있었는데................ 세상에...... 내가 막 들어서자 이 친구 내외는 벼락을 맞은듯이 놀랬다.
그 친구의 손에는 중국산 깻자루가 막 입을 벌리고 깨를 쏟아놓고 있었다. 미리 털어놓은 국산 깨 위에다가 .......
난 아뭇소리도 않고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왜 보았던고... 차라리 나만보고 그 친구는 나를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나혼자 삭이고 말았을텐데.....
이렇게 참담하고, 이런 배신이.......
그 친구는 며칠째 내 전화를 거부하고 있다. 내가 어떡해야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