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두 양반들 참으로 희귀종이다.
남편하고 하나뿐인 시동생이 바로 나하고 동서의 속을 긁고 뒤집는 원흉이었다.
두 형제가 풍기는 곰팡이 냄새는 세월이 가거나 말거나, 시대가 곤두박질 치거나 말거나
어쩌면 날이 갈수록 더 퀘퀘하게 진동을 하는 거였다.
그래도 울 남편은 덜 한 편이다.
적당히 주무르고 얼루면 조금은 말랑말랑 해 지는데 울 시동생은 도무지 벽이었다.
얼루고 주무를수록 더 단단해 지는데 아주 두손두발 다 들었다.
동서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이 우리집 고유의 똥고집이다
한번 '안돼'하고 고개 저으면 피탈이 나도 요지부동이다.
그런데 이런 똥고집 시동생을 이번 추석때 보기좋게 넉다운 시키게 바로 나다.
이집 형제들은 똑같이 닮은 꼴을 한게 한가지 있는데 여자들 귀 뚫는거였다.
귀뚫는다고 바람들것두 아닌데 귀에 치렁치렁 달고 다니는 귀걸이 걸친 여자들을 보면
무슨 하류계 여자인양 치부를 해 버리는데 환장할 노릇이었다.
귀만 뚫으면 이혼하는 날인줄 알아라고 두 형제가 우리를 협박했었다.
아무리 이해를 시켜도 도무지 벽창호였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게 사람심리다.
머리아픈데 특효약이라고 번짓수도 모르게 줏어들은 얘기를 하면 약사먹어라고 한다.
요즘 귀 안뚫은 여자 어디 있냐고 은근히 시대적인 흐름을 역설하면 그래도 안뚫은 여자가 더 많다고 한다. - (그러고 보니 우리집 시누이들 하고 울 딸애가 아직 '햇귀(?)'였다.)
소수를 가지고 다수인척 도매금으로 넘기는 데 도무지 바늘끝도 안들어간다.
시대가 바뀌면 듣고 보는게 많아서 막힌귀도 뚫리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시대를 거슬리는 마이동풍에 동서하고 나는 만나기만 하면 입이 벌겋토록 형제들 흉을 보았다.
지난 여름 휴가때 난 며칠을 궁리하다가 드디어 사고를 치기로 했다.
남편몰래 귀를 뚫고 눈에 뜨일락말락 하는 쬐그마한 14k 귀걸이를 했는데 눈이 둔한 울 남편은 일주일만에야 발견을 하고 노발대발했다.
난 배째라 하는식으로 눈도 꿈적 안했더니 제풀에 삭아 지는 남편을 보고 쾌재를 불렀다.
한수 더 뜨서 생일선물로 귀걸이를 사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한참을 어이없이 쳐다 보더니 결국엔 내가 미리 찜해둔 귀걸이를 사주었다.
"어때요?"
난 오버액션으로 남편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슬며시 묻는 형식을 취했다.
"됐네, 이사람아......."
내속을 꿰뚫고 있는 남편이 대답할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었다.
추석때 명절 쇠러올 동서에게 미리 자랑을 했더니 예쁜 귀걸이를 선물로 사가지고 와서는 부러움으로 응원을 청했다.
"형님,..혼자만 영화 누리지시 마시고 애 아빠 좀 주물러줘 봐요"
"이 사람아,, 나처럼 미리 사고쳐.....까짖거 그렇다고 진짜 이혼 하겠나?"
"안돼요 형님, 성질 잘 아시면서............."
"괜찮아, 내가 책임진다.....가자......."
한사코 밍기적 거리는 동서를 데리고 가서 뚫었다......귀를.......
동서는 약간 따끔거리는 귀를 만지면서도 - 그러나 좋아서 - 그 큰눈에 잔뜩 겁을 집어먹고 '전 몰라요' 만 연발하는데 사실 나도 시동생을 때려눕힐 자신이 없었다.
할수 없이 남편에게 매달렸다.
"이봐요....무조건 당신이 저질렀다고 해요...뚫으니까 이쁘더라고 엄호만 해 줘요"
남편은 기가 막히는 표정을 짓더니 겁에질린 두여자의 하소연에 결국은 공범자가 되기로 했다.
싸늘하게 나하고 동서를 번갈아 쳐다보던 시동생은 마지못해 한마디 툭 던진다.
아무래도 그냥 허락하기엔 지금까지 버텨온게 억울했을거다.
"나를 그렇게까지 이겨야 되겠나?.....참내......."
이정도면 통과 된거다......괜히 쫄았잖아........
두형제가 보는 앞에서 나하고 동서는 손바닥을 마주치며 '아자~~~아자~~~'를 외쳤다.
벌레씹은 표정의 시동생의 일그러진 모습과 그런 동생을 쳐다보는 남편의 눈길이 묘하게 대조를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