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그날,
너를 남겨두고 오는길에 가을비를 만났단다.
차마 돌리지 못해 서성이던 에미 발걸음에 눈물대신 흩뿌리는가을비에
에미는 그냥 목놓아 울 수 밖에 없었단다.
그러나,
좀더 성숙된 모습을 잉태코저 남자로서 한번은 꼭 밟아야 할 길을 갈수 있었던
대한 남아의 에미가 가지는 자부심도 결코 작지만은 않았단다.
내 아들이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 다시 우뚝설까.
예전의 그 유약하고 피동적인 모습에서 강하고 능동적인, 자랑스럽고 든든한 아들로
거듭 태어날거라는 기대치는 엄청나게 높은데.........
이 에미는 안단다.
내 아들의 진면목을......
지금까지 가려지고 숨겨져서 밖으로 노출되지 않았던 무한한 잠재적인 능력을....
누가 뭐라고 해도 말이다.
군사우편을 받아든 에미의 맘은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네가 성숙된게 아니고 에미가 한치 더 컸다는 것을 느꼈단다.
에미는 나이도 안먹고 안 늙을줄 알았단다.
어쩔수 없이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지천명의 나이에 다다르고 보니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도 사치라고 생각하며 산것 같다.
아들아...
세상이치는 한치의 어긋남도 허용하지 않은채 굴러간다.
순리대로,
조물주가 만들어 놓은 각본대로 막이 오르고, 연출이 되고, 그리고 막을 내린다.
벌써 가을빛이 짙어진다.
물감을 쏟아 놓은 듯한 앞산도 서서히 바래져가고 하늘빛깔도 자꾸만 멀어져 간다
엄마는 요즘 소설을 쓰고 있단다.
비록 지면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더 나이들고 더 쇠하기전에
무언가 나를 위한 흔적을 남겨두고 싶더구나.
세월은 기다려 주지 않는 냉정함을 가지고 있다.
흘러가는대로 그냥 내 맡기기엔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래서 시작을 했는데.........글쎄다...ㅎㅎㅎㅎㅎ
아들아.....
너에대한 에미의 감정 표현 하라면 엄청 바보겠지?
표현할수 없는 무한대의 감정의 깊이를 너나 나나 모른다.
너를 보내던날,
마주치는 눈길 한사코 피하면서도 붉어지는 눈자위를 보고 말았단다.
'이 녀석아..........'
난 속으로 그렇게 부르짖을수 밖엔 없었지....
이젠 너를 생각하는 순간이 즐거움이더라.
시간이 갈수록 너를 만날수 있는 시간도 압축되는 흥분을 느끼니까.
누군가가 그러더라.
'국방부 시계를 거꾸로 돌려 놓아도 시간은 흐른다' 고.......
아들아.
머지않아 너를 부등켜 안고 볼 비빌수 있는 시간이 올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오늘도 가을빛 속으로 들어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