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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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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 커트라인에 걸린 남편


BY 蓮堂 2004-09-05

나의 결혼 이야기에 친정 아버님은 빠질수 없는 주인공이시다.

 아버님에 대한 얘기는 묻어둘수 밖엔 없는 얘기도 있지만 한가지씩 꺼집어 내고 싶은게 참으로 많다.

덤덤하시고 희로애락을 얼굴에 잘 드러내지 않으신 엄마에 비해서,
대쪽 같으신 성품과는 달리 자상함이 더 깊게 깔려있는 아버님의 기억이 더 많이 머릿속에 박혀있는것은 맏딸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지금껏 마음 한자락을 내어주고 있기때문인지도 모른다.


내나이 스물 하고도 다섯해를 넘기고 나니 아버님의 보이지 않는 고민이 시작된것 같았다.
누구등엔가에 실려보내긴 보내야 되는데 나를 태우고 갈만한 넓은 등짝이 그때까지 아버님의 눈에 뜨이지 않았나 부다.
아버님의 사윗감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보니 우선 나부터도 질리고 말았다.

身言書判.........
身이란 첫 인상이 좋아야 했고
言이란 말속에 진실과 예의가 담겨야 했고
書는 아는게 많아서 무식하지 말아야 했으며
判은 현명한 판단으로 실수가 없어야 했고,

부수적으로는 시아버님은 꼭 계셔야 했다

(친정 어머니께서 홀시어머니 외아들에게 시집와서 고생하신게 맘에 걸리신것 같다.더구나 아버님은 삼대독자였다)

민원창구에 있다보니 알게 모르게 나온 중매말이 아버님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들었으나
모두가 넓은 등짝이 아니었나 보다.
당신이 먼저 보시고 70점 커트라인에 걸려야 나에게 통보를 하신거다.
되어먹지 않은 사내녀석들앞에 귀한딸 구경거리 만들고 싶지 않으셨단다.

할머님께서는 인물을 첫째로 꼽았고,(손녀딸 외모는 무시?)
어머님은 맏아들,외아들은 아예 고개를 저어셨으니........힘들다....

연애결혼한 작은오빠는 한마디 찔러넣는다는 소리가
"야..골키퍼 있다고 공이 안들어가냐?..연애해라.....아예 연애를........사랑하면 다 통과된다"
누가 모릅니까요?
그러나 골키퍼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되는데 내가 무슨수로 공을 넣습니까....

결국은 아버님의 운명적인 커트라인에 걸린 남편을 만나서
페널트 킥으로 승부를 마감해야 하는날 아버님은 뜨거운 눈물을 보이셨다.

남편은
아버님의 조건을 충족 시키지도 않았고---(첫인상이 녹녹하지 않았다)
어머님이 싫어하시는 맏아들이었고---(층층시하)
할머님이 눈독들이고 찾는 미남도 아니었다---(추남은 아니지만)

아버님이 시아버님 친구로 가장을 하고 남편을 테스트했을때 깍듯한 예의와 조금은 차갑다고 느끼는 첫 인상에서 합격점을 주신것 같았고, 반듯한 집안에 모아놓은 재산은 없어도 진한 유교적인 냄새가 아버님의 구미를 잡아 당긴것 같았다.

곰팡이 냄새가 진동을 하는 두집 사돈은 죽이 잘 맞았다.

아버님은 이게 바로 '천생연분'이라고 누누히 말씀을 하시고........

그때 나의 의사는 아버님의 뜻대로 따르는 '효녀' 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내가 현명했는지 아둔했는지 정확한 판단이 서질 않는다.

그러나, 운명으로 받아들이라는 아버님의 간곡한 말씀에 난 후회없이 살아간다.
내가 집을 떠나던날,
내방에는 팔뚝만한 못이 문을 막아버렸고 식구들이 발을 끊었단다.
아버님의 함구령에 내방에는 주인없이 그렇게 비어버리고....

가끔씩 그 방문앞에서 울음을 삼키시는 아버님의 모습을 엄마는 또 숨어서 보셔야 했단다.
27년을 품에 안고 있던 보물을 하루아침에 도둑맞고보니 사위가 산적같애서 처음에는 많이 미웠다는 어머님의 말씀에 문득 딸애를 생각했다.


나도 내딸 시집 보내면 엄마같이 사위가 미워질까
사위사랑은 장모님이라는데............

지금은 맏사위 떴다고 하면 아직도 버선발로 맞아주시는 부모님.
그래서 사위는 百年之客이라고 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