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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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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한쪽 귀퉁이에........


BY 蓮堂 2004-09-05

 

내 삶의 한쪽 귀퉁이에 어느날 조용히 그가 들어와 앉았다

밀어내고 싶었지만 기억속에 깊이 박힌 그의 흔적은 쉽게 밀려 나질 않았다.

 

발아할수 없는 홀씨의 존재가 산소도, 물도, 그리고 흙이 없는 공간에

뿌리를 내릴수 있는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뚫여져 있는 내 한쪽이 어느날 소리없이 무너져 버린 그 틈새로 그가 한 가닥씩 뿌리 내리도록 열어둔 걸까

그는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도 원하지 않았다.

그냥 묵묵히 지켜 보는것 만으로도 재회의 감동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그에게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囚人에 불과 했다.

 

비껴간 인연에 아직까지 몸살을 앓아야 하는 우매함에 소리질러 통곡하고 싶어진다.

잘라버리고 싶었고 묻어 버리고 싶었던 오랜 기억이 차라리 꿈이었더라면.....

 

남아있는 기억의 끄트머리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머무는 인연이 아니었고 스쳐가는 우연한 만남에도 영혼의 숨결은 존재한다.

단지 내 후각으로 맡을수 없을 뿐이다.

 

그러나,

그와의 짧은 만남은 잠시나마 내 영혼을 온통 휘저어 놓았다.

 

놓여져 있는 현실의 길은 각기 팽팽한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

교차점이란 있을수 없는 평행선 위에서 미친듯이 칼춤을 춘들 스스로를 벨 뿐이다.

서투른 아마추어의 곡예는 진하고도 검붉은 피를 토하고 말 것같다

 

서릿발 같이 냉정해 질수 있는 내 신체리듬이 때로는 기특해 진다.

비록 그가 머무는 공간이 극히 한정되어 있고 미미했지만 파장은 작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싶었다.

 

단지, 온몸으로 전이되는 길을 나 스스로 다 막아 놓았다는 안도감이

어느정도 나 자신을 지탱시킬수 있을지 난 알지 못할 뿐이다

 

누구나 서럽고 아픈 기억은 있다.

그러나 세월의 두꺼운 벽이 현실을 가로 막고 있기에 견딜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運命論자이고 또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있기에 거슬리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며 살았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로 내 길이고 운명이라는거 항상 인정하면서 살았다.

 

어느 누구도 끼어들수 없고,

어느 누구도 옆길을 틔울수 없는 ,

앞만보고 걸어온 나의 반세기에 난 오늘도 자부심으로 완전무장 하고 싶은 오만을 부리련다.

 

이 가을엔,

서럽고 아픈 기억 보다는

아름답고 곱게 덧칠할수 있는 내 생의 한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