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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힘들다


BY 蓮堂 2004-09-01

언제부터인가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그늘이 보이면 내 가슴은 두꺼운 무게로 덮히는 막막함을 느낄때도 있고,

표정이 밝은날은 덩달아 내 수다가 길어졌다.

 

그런데,

며칠전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남편의 얼굴에서 떨어져 나가질 않는다.

무슨일이 있다..

스무해를 넘게 살아온 내 직감에 더듬이는 부지런히 예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쇼파에 앉아서 지그시 감고 있는 두눈이  점점 탄력을 잃고 가늘게 떨리는게 보였다.

" 나, 직장 그만 둘까부다....치사하고 더러버서........."

낭떠러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들 이보다도 더 아찔하고 어지러울까.

 

납덩이보다도 더 무겁다던 남편의 입이 실수를 해서 인사위원회에 회부가 되었단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칠수 있는, 중요하지도 않은 실수를 걸고 넘어진 것이었단다

결론은 견책이라는 가장 가벼운 벌을 받았지만 자존심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 못내 맘에 걸리나 보다

 

이런날을 대비해서 남편에게 해 줄말을 난 아직 준비하지 못한것이 여간 미안한게 아니다.

 

쉰을 훌쩍 넘어버린 남편의 자리는 하루하루가 바늘 방석보다도 더 불안하고 초조하다

정년의 개념이 없어진 요즘 항간에 유행병 처럼 번지는 말...말...말...

'오륙도'를 웃대가리에 올려놓고 아래로 훑어내려가는 기가막힌 비유들..

'사오정'.. '삼팔선'..'이태백'.......

 

유행어는 그 시대를 압축해서 가장 확실하게 짚어주는 '대변어'다.

피해갈수 없는 사회의 흐름에 그냥 맥놓고 기다리는 무력함에 비명 조차도 지를수 없는 지경이다

 

'버티기 작전'이 그나마도 살아남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지만 이젠 최후의 방법이다.

 

공기업에 몸담고 있는 은혜로 그나마 해고의 압력은 덜하다.

그러나 압력이 무서운게 아니고 社內의 분위기가 압력을 앞지르고 있다.

 

즉,

고령자 왕따 내지는 무시와 멸시, 보이지 않는 시기, 질투.......

그 모든것을 감내 하자니 '못해 먹겠다'는 대통령의 어록(?)을 흉내내고 있었다.

 

예전에는 나이든 사람 대접을 하고 대우를 했다는데 이젠 '전설의 고향'이다

우리 고유의 삼강오륜 '長幼有序'가 멀찍이 도망가 버린지 오래고

많이 배운 젊은이들이 지식과 능력이 딸리는 고령자들을 구석으로 내 몰고 있다...아니 쳐 박고 있다.

 

남편은 점점 힘들어 하고 있다.

어깨를 누르는 현실의 무게가 나이 들어가는 남편이 감당하기엔 너무 버겁다.

퇴직후에 밀려올 그 파도의 높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더 불안한지도 모르겠다.

 

그런것 보다는 현재의 자리에서 버티기 작전에 살아남는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기에

발가락에 빳빳한 힘 불어 넣을려고 이마에 시퍼런 힘줄 세우고 있는거다

 

'임금 피크제'가 도입이 되면 좀더 안심하고 업무에 충실할수 있을거라는 남편의 말이

희망적이기 보다는 공허한 울림에 더 가슴이 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