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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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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던 날


BY 蓮堂 2004-08-25

모처럼 쨤을 내어서 그동안 소홀했던 봉사활동에 참여 했다.
장애인 봉사단체에 매달 소액의 후원금만 달랑내고 얼굴을 비추지 못했던게 못내 마음에 걸려서
회원들과 장애인들 식사를 돕기 위해서 주방에서 동분서주 했다.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자 우리 회원들끼리 식사를 하는데...

이날 식사메뉴에 오이냉국이 들어 있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양념을 제대로 마추지 못했는지 기대 이하의 맛을 내기에 그쳤다.

식성이 수월하지 않은 난 숟가락으로 몇번 휘휘 젓다가 남기고 다른 반찬을 먹었다.

그런데 난 놀라운걸 보고 말았다.
내 앞에서 열심히 같이 식사를 하던 젊은 회원이 내 오이냉국을 슬며시 당겨가는 거였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게 그 국을 그냥 퍼먹고 있는게 아닌가......

난 벌린입이 다물어 지지 않아서 '어..어.....'소리만 연발했다.
그 회원이 왜 그러냐고 쳐다본다.
"아이구,,,... 그 오이국 제가 먹던 건데요"
그러면서 다시 당겨올려니까 국그릇을 붙잡고 안 놓는 거였다.
"아이, 머 어때요.... 침 뱉은것두 아니고....사람 먹던 건데요...아깝잖아요...."

세상에.....
난 그 젊은 회원 앞에서 고개를 들수 없었다.
부끄럽고 창피하고 미안하고.....
나이를 어디루 먹었는지............................

도저히 그냥 앉아 있을수가 없어서 새로 국을 갖다 주니까 내가 먹던 국을 기어이 다 먹고는 새로 퍼다 준 국은 도로 갖다 붓는 것이었다.
" 다음에 오실분들에게 모자라면 어떡해요?.............전 괜찮아요"
그러면서 환하게 웃는데.......
난 그대로 땅이 꺼져 버렸으면 좋을성 싶도록 부끄러웠다.

살기가 넉넉 해 짐에 따라서 더럽고 맛없고 먹기 싫은건 안 먹는 음식문화로 바뀌어간지가 언젠데 이렇게 알뜰하고 사심없는 맘으로 넉넉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게 그냥 놀라운 뿐이다.

자기 자식 먹던 것도 안먹는 요즘인데..........
남이 먹던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을수 있는 사람......
남보기에 결코 궁핍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젊은 새댁이..........

난 참으로 귀한 사람을 주변에서 얻을수 있어서 덩달아 넉넉해 짐을 느꼈다.
봉사활동 한것 이상으로 난 뿌듯함을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