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에 풀 뽑으러 가잔다.
이렇게 자글 거리는 태양을 머리위에 이고 노가다를 하잔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단다.
이렇게 나오면 거부할수 있는 명분이 깡그리 없어지고 무조건 따라 나서야 한다.
날씨 운운 하면 그 뒤에 나올 말은 뻔하다.
"자네는 가지 말게 ..나혼자 가지 머 ......"
홧김에 나오는 이 협박성 공갈은 나를 꼼짝 못하게 신발 신게 만든다.
장비 - 낫, 호미, 톱, 물, 장갑, 전지가위............등등 - 를 갖추고
소 도살장 끌려 가듯이 입 서발 빼물고 눈자위 허옇게 굴리면서 졸졸 거리고 뒤를 따랐다.
신나는 음악 틀어 놓고 한참을 가다니까 맞은편에서 앞서오던 차가 반짝반짝 신호를 보낸다.
앞에 총잽이가 총 겨누고 있으니 살살 기어서 가라는 메세지...
이 불경기에 구태여 위대가리놈들 배때지 채워줄 과태료 들이밀 필요는 없쥐~~
60으로 (지방도) 살살 기어 가다니까 '제임스 본드'가 우리를 향해서 불을 뿜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방아쇠 당길만큼 과속을 하지 않은 게 억수로 미안했다.
이 더위에 길거리 좌판 펴 놓고 호객행위를 하는데 왠만하면 한건 보태줘도 될법 한지만
몸에 총구멍 낼만큼 우린 부자가 아니다
안그래도 땀구멍 막으러 가는데......
그 옆에는 마하의 속력으로 우리를 앞질러 달아나던 '물소'가 총을 맞고 또 다른 총잽이에게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게 보였다.
그러게...
이 불경기에 목숨을 아껴야지...
우리 뒤만 따라 왔어도 이런 험악한 지경까지는 안갔지.
집에서 한시간 거리에 있는 문중산에 자리한 가족묘(납골당)는 참으로 예쁘게 단장한 공원 같았다.
장마중이라서 뿌리달린 잡초들은 모두 머리를 내밀고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완전 무장하고 잡초를 뽑는데 앞계곡(?)을 타고 흐르는 땀이 도랑물 소리를 내고 있었고
머리 위에서 지글거리는 땡볕은 김을 뿜고 있었다.
종손 종부 노릇 아무나 하는거 아녀라.....
시부모님 묘위에서 - 아직 납골당에 안장이 안된 - 기세좋게 뿌리내린 아카시아를 보니
문득 남편의 꿈자리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러셨나?
남편은 무덤 주변에 심어놓은 옥향(玉香)나무의 머릿 손질 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저게 바쁜게 아니고 아카시아가 바쁜데....
우리 한국인의 소나무를 죽일려고 왜놈들이 심어놓은 아카시아는 왜놈들 성질머리같이
질기고 극악스러워서 좀처럼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기를쓰고 뽑아놓은 뿌리가 5~6m는 되어 보였다.
아카시아 몇개를 뽑고나니 정말로 기진맥진이었다.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이 은근히 나를 달랜다.
"이사람아 쉬어 가면 해....이따가 맛있거 사줄께.....
"그럴필요 없고....어디가서 소금하고 후추나 좀 사와요"
순진한 우리 남편 나의 의중을 모른채 두눈을 둥그렇게 뜬다.......왜냐고??
"머 ...따로 사 먹을 일은 없고..나한테 소금하고 후추만 뿌리면 맛있는 바베큐가 되는데,"
조금은 비아냥이 들어 있는 철없는 마누라의 투정에 남편은 그만 뒤로 넘어지는 시늉을 한다
"아마, 조금은 질길거지만..그래도 아직은 뜯어 먹을만은 하니까..."
계속되는 투덜거림이 그래도 지친 남편에겐 양념 역활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세시간 넘게 햇볕에 구이고 나니까 내얼굴은 완전히 '황신혜'가 '전원주'로 변해 버렸다.
그래도 깨끗하게 손질하고 보니 맘은 개운했다.
"이봐요...당신꿈에서 아버님 뵈면 내가 아카시아 뽑아 버렸으니까 안심 하시라고 전해주슈"
남편은 어느새 남편의 처가 쪽으로 핸들을 꺽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