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고 잠이 깨었다.
시간이 새벽 3시.
이시간이면 곤한 잠에 떨어져서 도둑이 제일 활발하게 움직인다는 시간인데
쉽게 잠이 깨인것은 아이의 울음소리가 너무 격렬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앞동에서 들려오는 이 소리는 아이가 울면서 잘못했다는 소리와
'엄마, 제발 때리지 마세요...너무 아파요...........'라는 애걸하는 소리.
아이의 우는 소리와 함께 섞여 나오는 엄마의 앙칼진 옥타브가 새벽공기를 휘 저어 놓았다.
간간이 아빠의 알수 없는 웅얼거림이 세사람의 뒤엉킨 불협화음임을 드러냈다.
무슨 이유로 아니면 아이가 무슨 잘못을 얼마나 저질렀기에
이시간에 온 식구가 잠도 잊은채 이웃에 광고성 싸움을 알리고 있는지....
새벽에 들리는 소리는 주변의 소리에 흡수되지 않고 고스란히 들려온다.
여름이라서 베란다 문도 다 열어놓은 상태인데 오죽 잘 들릴까.
소리의 진앙지를 따라서 귀가 쏠린곳은 또 그집이었다.
전에 살던 사람도 사흘이 멀다하고 쌈박질을 하더니 새로 이사온 사람도 역시 그 밥이었다.
집터가 나쁜지 수맥이 흐르는지....
아이는 자지러지는듯한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비명에 가까운 통곡을 하고,.......
좌우간 안봐도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대충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세상에......
에비라는 잉간은 멀 하고 있는지.......
선진국에서 만일 이런일이 발생 했다면 벌써 경찰에 신고가 들어갔을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법이 물러 터져서인지 아니면 남의 일에 너무 관대하고 너그러워서인지
신고 보다는 구경하는 맛에 더 열을 올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남의집 가정 싸움에는 안 끼어 드는게 '예의'라나 뭐라나........
'아동학대 방지법'이 있긴 있다두만....
법보다는 주먹이 가까운게 현실이다.
가장 좋은 구경거리가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싸움구경, 불구경, 그리고 개가 엉덩이 맞붙히고 교미하는거......
아동학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장 많이 학대하는 사람이 바로 친부모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걔중에는 의붓아비 어미도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아이의 엉덩이 한대 때려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게 부모라고 생각하는데 메스컴에 드러난 부모의 행패는 차마 눈뜨고 볼수 없는 지경이다.
자식을 개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기에 이런 끔찍한 일이 생겨난다.
내자식이니까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부모의 살과 피를 빌려서 이 세상에 태어난게 자식이지만
일단 인간으로서 구성요소를 갖춘 다음엔 어느 누구의 소유물도 전용물도 될수 없다.
그러한 착각과 편협된 생각이 오늘날 아이들의 가슴을 시퍼렇게 멍들게 만든다.
예전에는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때에는 회초리(鞭)를 사용했는데 이 회초리는 그냥 회초리가 아니다.
敎育이라는 가르칠 敎자에 회초리 모양이 들어가 있는데
이 회초리는 재질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고- 단단하고 곧게 자란 나무.
크기는 大,中,小,를 만들어서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죄가 크면 큰걸 작으면 작은걸 골라서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또 벌 받는걸 당연하게 생각했다.
회초리를 놓아두는 자리도 항상 깨끗했고 - 흰 무명천에 싸서 보관 -
아이가 볼수 있는자리에 놓아 두었다.
이 회초리를 맞으면서 아이는 참으로 뉘우치고 두번의 잘못을 사전에 막을수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처럼 자식에게 또는 제자에게 사랑이 담긴 '회초리'가 아닌 감정이 실린 '몽둥이'로 둔갑해서 교육이라는 거창한 팻말 앞세우고 있는 게 참으로 가증 스럽다.
부모나 스승에게 몽둥이가 아닌 사랑의 회초리를 맞으며 자라나고 싶은 우리 아이들의 염원이 언제쯤이면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 자리 잡을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