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뻐꾸기 타령이냐구??
이 새는 산에서 우는새가 아니고 우리집 거실 벽에서 요지랑을 떠는 새다.
때에 따라서는 배 터지게 벌레란 벌레는 다 멕이고 싶은데
얼마전부터 먹이를 부실하게 주었더니 아사했다.
아니..비실비실 거리더니 합병증이 유발했는지..
모이를 줘도 반응이 없고 쥐어 박아도 답이 없다
그래서 쓰레기 통에다가 내다 버렸다
물론 장례 절차를 밟지 않음은 당연하고......
뭔 사연인고 허니.......
몇달전에,
옆에 사는 시누이하고 옆집 아줌씨 그리고 윗집 아지매하고 입을 맞춰서
새벽이슬 맞고 놀다가 고양이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는데..
막 문을 여니까 센스로 전등불이 환하게 켜짐과 동시에
거실벽에 붙어있던 뻐꾸기가 요란을 떠는 거였다.
'뻐꾹~~뻐꾹~~~뻐꾹~~~~'
(참고로 이 뻐꾸기 시계는 불빛이 있어야 운다)
만물이 다 잠든 시간에 잠도 없는지 정확하게 세번을 쪼아 대는 거였다.
며칠전에 주먹만한 먹이를 여섯개나 먹여 놓았더니 목청도 우렁차게 소리를 지른다
평소에는 가래 걸린 소리 잘도 하두만...
아랫도리에 불벼락을 맞은것 같이 발이 얼어 붙었다.
'몰래 먹어라고 했더니 뜨겁다고 지랄한다더니....'
뻐꾸기를 쥐어 박는 시늉을 한뒤에 살며시 안방문을 열었다.
남편의 숨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걸 보니 깊이 잠이 든것 같았다.
그러면 그렇지 지금 시간이 몇신데....ㅎㅎㅎㅎ
물소리 죽여가며 살금 살금 세수를 한뒤에 호박에 대충 줄긋고 남편 옆에 살며시 누웠다
물론 살은 안 대이게....(몸이 찼으니까 ㅎㅎㅎㅎ)
이구..내 팔자야
남들은 큰소리 치면서 놀러 다닌다고 하두만...... 이 나이에...
결혼전에는 아버지를,
결혼하면 남편을
나이 들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三從之道의 곰팡이 냄새를 모르는건 아니지만
살아갈수록 자꾸만 억울한 생각이 든다
장차 아들녀석 한테도 숨죽이며 살아야 하나...
(절대로 그렇게는 못혀!)
그런데...
숨소리 조차 들려주지 않던 남편이 잠꼬대 같은 소리를 한다.
"지금 몇시야?"
아이구..간이 오그라 들면서 부서지는줄 알았다.
그래도 언성을 안 높이고 물었으니 그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으응~~~~~~12시가 조금 넘었나?..아마 그쯤 되었을걸요..."
안 그래도 밖에서 언 몸이 녹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얼음물 뒤집어 쓴것 같았다.
"그래??......아~~주 일찍 왔네....."
"그럼요...난 요조숙녀고 현모양처 아니우??"
혀끝에 붙어있는 말을 털어내지도 않고 넙죽넙죽 받아서 뱉아냈다.
다음날 아침.
간밤에 지은죄(?)가 있음에 맛깔스런 메뉴로 식탁을 도배하고
평소에 하지도 않는 요상한 짓을 해댔다.
생선살을 발라주고....수저밑에 넵킨도 깔고....ㅎㅎㅎ
부부전선에 이상없이 그렇게 희희낙낙 아침밥상을 물리고...
출근준비를 하던 남편이,,,
"어이... 자네 오늘 할일이 있네...."
머리를 굴려봐도 특별한 스케줄이 있을턱이 없는데.......
"뭔데요?"..........물론 근성으로 물었다.
"오늘 잊어 버리지 말고 저 뻐꾸기 시계 고쳐다 놔"
그러면서 거실벽에 얌전히 붙어있는 시계를 가리킨다.
"멀쩡한 시계는 왜요??"
이럴때 내 머리는 참 아둔했다
"이사람아..멀쩡하긴....세시간이나 빠른데 뭐가 멀쩡해?"
아......이럴땐 기절이라도 해야 하나....
나만 여우인줄 알았는데 남편은 늑대였던 거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켔는데.
뻐꾸기 모가지 비틀면 잠잠은 하려나...
그 뒤에 괘씸죄에 걸린 뻐꾸기의 식사는 부실했다.
생각나면 몇개 들이밀고....걀걀 거리는 소리를 해야 돌아보고...
목이 쉬어서 한시간마다 질러대는 소리도 변변이 못하고
억지로 소리 지르고 나면 기운이 없어서 제 집에 들어가질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 뒤엔 먹이를 줘도 치매가 왔는지 한시간에도 여러번 소리를 질러대고
한번 소리 지르면 열두번을 채워야 잠잠하다.
아마 북망산천이 가까워 졌나부다.
얼마전 부터는 아예 밥숟갈 놓았는지 먹이를 들이밀어도 움쩍도 않는다.
그러게..알아서 기었으면 수명연장은 따논 당상인데...
아무리 무생물이지만
굶겨서 합병증 유발한 내 책임은 인정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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