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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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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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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 아버님


BY 蓮堂 2004-06-29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온갖것 다 옮겨와서 살다보니 '친정'이라는 말만 떠올리면
아픔 같기도 하고 그리움 같기도 한 가슴 뭉클한 멍울이 생긴다.
아직도 부르면 대답해 주시는 부모님이 계시기에 삶이 힘들지 않는다.
힘들때'엄마.....'
좋은일 생길때 '아버지..........' 가슴을 데워주시는 이름들....
잊혀지지않는 숱한 얘기들...
세월에 긁히고 생활에 짓눌려 펴보지 못했던 얘기들을 하고싶어진다.


여고 2학년때 생긴 털어버릴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학교에서 단체관람을 간 영화 때문에 통학기차를 놓쳤다.
('추격자'라는......윤정희 신성일 주연)

학생 신분으로 극장출입이 통제된 상태니까 모처럼의 단체관람 영화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고 영화에 흠뻑 빠지다 보니 기차시간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5년간 기차통학을 해도 통학차 놓치기는 첨이다보니 당황하고 황당해서 눈앞이 아득했다.
(중학3년,고등2년)
생각나는것은 아버님의 추상같은! 호통과 잔머리 굴릴 생각 뿐이었다.

큰머리는 굴려보았어도 잔머리는 굴려보질 못해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대구에서 오는 마지막 (오후10시) 기차를 타고 집에 가는데
그날따라 기차는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숨도 제대로 돌리지도 못했다.

걱정과 불안으로 뒤범벅이된채 기차에 내리니까 하얗게 질린 엄마가 마중나와 계셨다.
"무조건 빌어라,잘못했다고....."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감이 잡혔고 떨려오는 다리에 자꾸만 힘이 빠졌다.
그러나 설마 아버지가 날 때리실려고? 그냥 나무라시겠지....

애써 태연을 가장하고 집에가니까 집안에 불은 다 꺼지고 안방에서 팔짱을 끼고 날 벼르고 계시는 아버님을 보는 순간 앞이 캄캄했다.
옆에는 평소에 장롱위에 비치해둔 싸리나무 회초리가 눈길을 잡았고.
방에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님은 다짜고짜로 종아리에 회초리를 갖다 대셨다.
순식간에 당한 매찜질에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아버지에게 맞아보기는 처음이었다.
두분 오빠나 동생들은 가끔씩 회초리 세례를 받는걸 보아왔지만....
그때 기억으로는 연거푸 대 여섯대는 족히 맞은것 같았다.

아픔보다도 서러움이 더 울음을 자아냈다.
아버지가 어떻게 날 때리실수가 있을까를 생각하니 그렇게 서러울수가 없었다.
그때 옆에서 불안하게 지켜 보시던 할머니께서 아버지에게 달려드셨다.
"가 때릴라카거든 날 때리라...아 직이겠네....가마이보이"
그리고는 애미는 아 데리고 나가라고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셨다.

할머니 서슬에 아버지도 더 어쩌지 못하시고 난 할머니빽으로 더 크게 소리내어 울면서
내방으로 건너오고보니 그때부터 맞은 종아리가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저녁 굶기라는 아버지의 눈을 피해서 엄마가 챙겨온 저녁을 숟가락도 대지 않은채
교복을 입은채로 쓰러져 울다가 잠이 든것 같았다.
아버지의 원망은 있는대로 다 쏟아내면서.........

그런데,꿈인지 생신지는 몰라도 누군가가 내 맞은다리를 만지는것 같았다.
선뜻 몸을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는데 맞은 자리가 시원해져 왔다.
그리고는 코에 번지는 '맨소래담'약 냄새.

아버지였다.

방문을 열고 나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사라질때가지 난 숨을 쉴수가 없었다.
아니 숨쉬는게 죄스러웠다.
'아......아버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맞아본 아버지의 그 매가 가끔씩 그리워 진다.
지금도 날 때릴수 있는 아버지 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