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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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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횡설수설


BY 蓮堂 2004-06-29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러는 잊고 사는게 많다.
어쩌면 나이탓으로 돌리는게 자기합리화의 편안함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머리에 쥐가 나도록 기억하고 싶지 않은게 더 많은 탓도 있으려니....

세월을 밟아온 뒷모습을 동공을 키워서 들여다 보니 마음속엔 허허로움 뿐이다.
알맹이가 다 빠져나간 빈 껍데기만 나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탱글탱글한 알맹이는 다 어디로 새어 나갔단 말인가.
마디없는 시간들이 어느샌가 야금야금 채 여물지도 않은 나의 풋콩같은 정서를 도둑질 해 버린것이다.

내안에 남아있는게 있다면 미처 새어나가지 못한 아픈 기억들 뿐이려니
그 나마도 이제 쇠진해 버려서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나이에 벌써?
불혹의 나이를 겅충 뛰어넘어 지천명이라..................

나에게 남아있는 날들이 과연 얼마일까 어림을 해 본다.
10년?....20년?....더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말자
그 이상의 날들이 나를 붙잡아 둔다면 내가 할수 있는 일들이 과연 나를 기다려줄까..
생각의 끄트머리가 여기에 미치자 온몸에 진땀이 난다

가끔씩 연세드신 어른들을 보고있노라면 의문이 든다.
분명히 살아가실날이 더 적게 남았건만 그 표정엔 일말의 허무나 불안감을 찾아볼수가 없다
오히려 남아있는 날이 더 많은 우리세대들이 어줍잖은 감정에 빠져서 갈팡질팡하는게 가관이다.

팔만사천의 구비를 돌고 돌아서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자신감과 오기 그리고 은근한 끈기 하나로 버텨온 우리네 어버이세대.
존경하고 받들어 모셔도 그 깊이와 넓이에 미치지 못할것 같다.

앞으로는 고령화 시대를 맞게된다.
노동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경제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이사회의 적지않은 구성원으로 자리잡을텐데
이쯤에서 그들을 위한 자리들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되지 않을까 .....

오늘 어떤 노인들 두분을 만났는데 두분은 뜻밖에도 연인사이였다
연세가 일흔을 넘기신것 같은데 주고받는 대화 내용이 젊은 세대 못지않게 파격적이었다.
'자기가 이거해요....'
'맨날 자기만 전화하라고 하고...ㅉㅉㅉㅉ'
"자꾸 그러면 우리 아들한테 일러 바칠꼬야....' ㅎㅎㅎㅎㅎ
'다음에 점심값은 자기가 바가지 써야돼...'
왠지 정겨워 보였다

내 나이에 불만을 품지말고 항상 만족하라.
10년전을 생각말고 10년후를 생각하라.
그리고 세월이 드디다고 생각말고 빠르다고 생각하라..그러면 순간의 시간이라도 헛되이 보내지 않는다
虛하게 천년을 사느니 實하게 하루를 살아라.

이것이 내가 좋아하는 삶의 key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두번다시 손에 잡히지 않는다.

떼밀려가는 시간을 잡으려 말고
밀려드는 시간을 두팔벌려 잡을수 있는 자신감과 넉넉함으로
올 한해를 가득 채우시길 바라는 맘으로 잠시 횡설수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