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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뭘까?


BY 낸시 2022-02-11

수다가 고플 때 자주 찾아가는 이가 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식당 경력으로 따지면 선배도 한참 선배다.
한국에서부터 이런 저런 식당을 했고 이민 와서 주방장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하였다.
처음 식당을 하던 때, 식당이 바로 옆이기도 했고 같은 교회를 다니기도 해서 친해졌다.
식당을 처음 하던 때,  궁금한 것이 있으면 찾아가 묻기도 하고 배운 것도 많다.
나는 수시로  그 식당에 찾아가 밥을 사먹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였다.
남들이 보기엔 그냥 수다 떨고 노는 것 같아도 그네에게선 배울 것이 많았다.

이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다섯개 식당을 운영했고 그네도 세개의 식당을 운영했다.
내가 운영했던 식당 다섯개는 잘 된 편이었고 그네가 운영한 식당은 지지부진했다.
내게는  선생님인데 선생님보다 내가 운영한 식당이 더 잘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일도 있었다.
그 날도 그 식당에 찾아가 수다를 떨고 있었다.
손님 하나가 들어오더니 나를 보고 낸시가 아니냐며 반색을 한다.
남의 식당에서 나를 반기는 손님을 보니 멋적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손님은 밖으로 나가 여기 낸시가 있다고 호들갑을 떨더니 자기 부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식당이니 당연히 식사를 하러 온 줄 알았더니 아니다.
지나가다 우연히 나를 보고 반가워 들어와 아는 척한 것 뿐이다.
내가 나서서   자주와서 식사를 하는 곳이라고 식당 홍보를 했지만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더니 아는 척만 하고 가버렸다.
손님도 없었는데 어쩌다 들어온 사람이 그러고 가버리니 민망하기 그지없다.

내가 식당을 할 것이라곤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음식을 공부한 적,도  요리에 관심이 가진 적도, 식당에서 일을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 내가 식당을 하게 된 계기는 이민이다.
수학교사 7년, 전업주부 20년의 경력을 가진 내가 생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학원을 해보자는 이가 있었지만 하고픈 마음이 조금도 일지 않았다.
뛰어나다 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내가 가진 재주는 밥하는 것이다.
남편 직업 상 손님 접대할 일이 많았으니 그나마 내가 조금 할 줄 아는 것이 요리였다.
내 경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은 이뿐이니 식당을 하자, 이렇게 된 것이다.

어찌하다보니 이십년 동안 식당을 다섯개나 개업하고 개업하는 것마다 잘되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음식솜씨? 그것은 분명 아니다.
내가 나를 알지만 식당을 하는 지금도  음식 솜씨와는 거리가 멀다.
많은 정성을 들여 음식을 하는 것은 내 취향도 관심사도 아니다.
내가 먹는 것도 맛있는 것보다는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이면 족하다.
요리가 귀찮아 오이나 당근 고구마를 날 것으로 우적우적 먹고 한 끼를 떼우기도 한다.
그런 내가 운영하는 식당이 잘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처음 식당을 한다고 하니, 하필이면 왜 식당을 하려느냐고 누가 물었다.
나는 퍼주길 좋아하는데, 식당을 하면 실컷 퍼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런 마음이면 식당이 결코 망할 일은 없다면서 식당을 해도 좋겠다고 하였다.
식당을 하면서 두고두고 그 때 나눈 말이 기억났다.
원가가 얼마인 줄 아느냐고  남편이 잔소리를 했지만 들은 척도 안하고 퍼주었다.
엊그제도 깜박 지갑을 잊고 왔다는 손님이 있었다.
단골도 아니었지만,  공짜로 줄테니 먹고 가라고 손님을 잡았다.
 
내가 자주 찾아가 수다떠는 식당은 공짜가 없었다.
그 남편은 수시로 우리 식당에 와서 공짜 음식을 먹었지만 내가 그 식당에 가면 국물도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배울 것이 있으니 찾아가고 갔으니 돈내고 음식을 사먹었다.
그냥 간 것이 아니고 우리 음식을 들고 가기도 하였다.
우리 음식을 들고 간 날도 나는 돈을 내고 음식을 사먹은 적도 많다.
상대방이 어떻게 하건 상관없이 나는 푼수니까 푼수 노릇을 했다.
화초도 가져다 주고 선물도 사다주고 음식도 가져다주고 돈내고 사먹기도 하였다.
이제는 그네도 내가 돈을 내면 질색하고 안받는다.

우리 식당이 잘되는 이유가 뭘까, 결론은 내가 푼수여서다.
푼수라서 계산없이 퍼주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일하는 사람이든 손님이든. 그냥 퍼주길 좋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음식만 퍼주길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기르는 화초도 툭하면 공짜로 준다.
물론 계산하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곰곰 생각해보면 잘한 짓이다.
내가 퍼준다고 모든 손님이 다시 오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내 맘은 조금도 섭하지 않다.  
이렇게 퍼주는데, 안오면 지가 손해지 뭘...
어제도 그랬다.
음식을 대량으로 주문한 손님이 가져가겠다는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전화를 해봤지만 전화도 받지 않는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이렇게 위로가 되었다.
주문한 것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해주었는데 안 가져가면 나도 손해지만 지도 손해지 뭘.
결국 찾아가긴 했지만 안 찾아갔어도 마음이 덜 상했을 것이니 이래저래 푼수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