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2학년인 유일 무이한 아들 녀석 땜에
머리가 아파.......
떨어지라고 원서 넣은 학교에 기숙사까지 터억 하니 차고 들어간 녀석,
공부하는 꼬락서니를 본적이 없는데도 우등상까지 받아서 우리를 감동 시킨 녀석,
이문열님의 '삼국지'를 백번도 더 봐서 책 열권을 다 꿰고 있는녀석,
어릴때부터 공룡의 그 어려운 이름까지 획하나 안틀리고 줄줄이 외우던 녀석,
삼국지에 나오는 등장 인물을 무려 270명이나 써내서 반 친구들과 선생님을 놀라게도 했고
나하고 삼국지 얘기에 열올리면서
존경하는 인물하고 미워하는 인물이 둘이 똑같아서 손바닥 마주쳐가며 킬킬거리기도 했다.
(우리 둘이는 조자룡이를 존경했고 동탁을 싫어했다)
키180 ,몸무게 68킬로의 뽀얀 피부, 준수한 외모에 웃으면 덧니가 하얗게 보여서 내가봐도
참으로 자랑스러운 아들녀석이다.
그런데....여기까지는 자랑 같은 얘기였고,
지금 부터는 속 터지는 얘기유...
1학년을 마치고 기숙사를 나오면서 보내온 짐 보따리를 풀어본 나는 졸도 할 뻔했다.
눈에익은 아들녀석의 옷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폐기 직전의 낯선 옷나부랭이,
거금들여서 사준 감색 정장과 점프 그리고 사파리는 아예 흔적도 없고...
짝이 맞지 않는 양말이 무려 19개나 튀어 나왔다.
색깔 무늬 디자인 어느하나도 비슷한게 없이 모두 남남인기라...
홧김에 전화를 하니 대답이 가관이다.
"아이구 우리엄니....양말 두짝 같은거 신으라는 법이 어디있어요?
발 보호하고 따뜻하고.....맨발아니면 되쥬~~~~"
그리고 정장은 본적도 없고 가진적도 없다고 오리발이다.
시방 내앞에 없으니 망정이지......
그런데,
며칠전에 전화가 왔는데 실실웃으면서 얘기 하는게 어쩐지 찜찜했다.
먼 얘기인고 하니...
머리에 노란 염색하고 귀를 뚫었단다...
아들녀석은 머리가 노랬고 난 앞이 노랬다.
아빠한테 얘기를 잘해 주시면 보답하겠다는 뇌물성 청탁이다.
딸애는 뚫어 주겠다고 해도 두귀를 싸매고 도망 치던데 .....어째...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더니 두눈이 간장종지 같애지더니 소리를 지른다.
"머??....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했는데,
에미에비 두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몸에 구멍을 뚫어??...떠버리 같은 자식.."
남편은 평소에 쓰지 않던 문자를 써가며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
(여기서 '떠버리'는 남편도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쓴단다..그냥 화날때 쓰는 소리 정도 ㅎㅎㅎ)
이쯤에서 아들 녀석 역성들면 기름 붓는 모양새가 될거고,
불을 끄자면 맞불을 놓는 게 상책이다.
"이넘의 자식이...서울까지 가서 한다는 짓이.....
다음달 부터 용돈은 아예 꿈도 못꾸게 만들어야 돼.."
산지기 소리보다 사냥꾼 소리가 더 큰 법이다.
입에 거품을 물고 펄펄 뛰는 나를 어이없이 쳐다보던 남편...
"자네가 더 하네....됐네..이사람아....."
ㅎㅎㅎㅎ이래서 급한 불은 껐는데 벼르고 있는기라....
다음날,
아들녀석에게 전화를 했다.
"너 귓구멍 메꾸어 지기 전에는 집에 올 생각마라..."
그런데 한다는 소리가........
"참내..딴애들은 세개씩 뚫었는데 전 부모님 생각해서 한개만 뚫었는데도 그러세요??"
아이구 이 떠버리 같은 새끼야.
五十步 百步지........
그래서 아들녀석 귓구멍 막히기전에는 아들녀석 얼굴보긴 틀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