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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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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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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하고 헤어지고 싶은데


BY 蓮堂 2004-06-29



불교의 교리를 보면 盲龜遇木(맹구우목)이라는 말이있다.
눈먼 거북이가 천년만에 세상 밖에 나왔는데 나오고보니 망망대해였다.
그 넓은 바다 한 가운데 떠다니는 구멍난 나무판자를 만나서 그 구멍으로 목을 들이밀수 있는 확률.....
이 인연이 곧 부부의 인연이라고 한다.
혹은 전생의 원수가 부부로 태어 난다고도 한다.
어떤 연유로 맺어졌던 인연이고 운명이고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쉬운말로 팔자려니 ....하고 살면 모든것 그냥 흘러가는대로 맡기고 살면 편하다.

살을 맞대고 살면서 마냥 좋은날만 있을수는 없다.
맘속으로 보따리 한두번 싸지않은 사람 없을거고,
남편 여러번 땅속에 묻었을것이고,
늙어서 보자고 벼르는 사람 많이도 보았다.

옛날에는 칠거지악이라는 악법(?)이 있어 여자들이 설 자리를 잠식했지만
三不去라는 법이 그나마 여자들의 숨통을 트여주긴 했다.
돌아갈 친정이 없고,
부모삼년상을 치루었고,
재산을 일구었으면 함부로 내칠수 없다는.............

좀 지난 통계를 보면 아내들이 이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첫째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수가 없고,
둘째는 자녀들이 걸림돌이고,
셋째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그래서 평생을 숨죽이고 가슴치며 살아가는 우리 아내들...
(반대로 남편들도 할말은 있을것이다)

이제는 황혼이혼도 늘어만 가고
이혼이 숨기고 가슴앓이할 만큼 부끄럽게 여겨지지않는게 현실이다.
짧은인생 그렇게 숨막히게 살 필요가 없다는게 지배적이고 보니
쉽게만나서 쉽게 헤어지고 삶에대한 책임감도 무디어져가는세상이다.
'판단력 부족으로 결혼하고,
인내심 부족으로 이혼하며,
기억력 부족으로 재혼한다'는 말이 한낱 우스개 소리로 지나칠일이 아니다.

얼마전에 남편과 약간의 갈등을 겪었다.
부부싸움에는 비교적 무덤덤한 나 이지만 별일 아닌걸로 이빨 드러내며 으르릉거릴때는 난 아예 입을 닫아버리고 귀를 막아버린다. 남편의 수위가 올라가면 난 반대로 내려버린다.
그리고 맘속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팝을 흥얼거리면서 남편의 침튀기는 주장도
무시해버리면 남편도 멋적고 싱거워서 그냥 꼬리 내리고 만다.
그리고 나면 반대로 화가 나기 시작하지만 드러내지않고 벼른다.
벼르다가 마땅한 트집거리가 나면 역공을 하지만
공격의 수위가 높지않으니까 싸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순간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안보고 안부딪히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를 생각한다.
헤어지면 참 편하고 좋을것만 같다.......
그러나 그 순간의 맘이 하루를 못가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싸울 남편이라도 있는 사람은 그래도 행복하다'고.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지만 쏟아지는 소낙비는 피하고 싶은게 인지상정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이혼정년'이라는말이 있다.
남편이 경제력 떨어졌을때 아내들이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벌이는데
90% 이상이 승소를 한다고 한다.
남편에게 순종적이기로 유명한 나라에서 아내들의 반란이 고개를 든 것이다.
그동안에 학대 받았던 모든 자료,
이를 뒷받침 할 의사 진단서,주변사람들의 증언 그밖의 자료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었다가 이혼소송을 할때 증거물로 제시한다는거다.
가지고 있는 재산 몽땅 다 털리고 빈털털이로 거리에 나 앉는 일본 남자들..
남의나라 얘기가 아니다.
'他山之石'으로 삼았으면 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의 남편들이여....
우리 한국의 아내들이 아직은  그렇게 매섭고 야박하지 못하니
고개 숙이지말고 당당하게 살아 가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