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일이 있었습니다
20년도 훨씬 지난 어쩌면 케케묵어서 곰팡이 냄새가 날것 같은 희미한 기억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목탁이 되고 소금이 될것 같아서 그날의 일을
올려볼까 합니다.
공직에 있을때, 여름 휴가를 얻어서 한양땅을 밟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산한 시골생활을 하다가 말로만 듣던 서울을 직접 만나보니...
(촌놈이 보기에는 사람 살곳이 못됨)
마주치는 표정들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삭막한 모습이었다.
뭐가 그렇게도 바쁜지 걷는 사람은 눈에 안 뜨이고 모두들 종종걸음이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코끝에 와 닿는 매캐한 공장 굴뚝 냄새에 구토가 날것 같았다.
쉽게 말해서 난 서울 멀미를 하고 있었다.
떼밀려서 지하철을 탔다.
말로만 듣던 지하철은 내 눈높이 이하는 볼수가 없었다.... 복잡해서.
한쪽 구석에 서서 무심하게 낯선 서울거리에 시선을두고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내 옆에는 시골에서는 한번도 볼수 없었던 외국인 청년 둘이서 뭔진 몰라도 재미있는 얘기를 주고 받으며 온갖 제스쳐를 쓰고 있었다.
신기해서 그들의 행동에 눈과 귀를 모으고 있었다.
(지금생각하니 그들은 동남아시아인 같았다)
그때였다.
그 중의 한 청년이 갑자기 길게 늘여 앉아있는 사람들에게로 가더니
다짜고짜로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얼떨결에 자리에서 끌려나온(?) 그 젊은 남자는 영문을 몰라 멍하니 서있는데..
그 외국인 청년은 좌석 바로 앞에서 아이를 업고 서 있는 여인네를 향해서
"아줌마,sit down,아줌마,sit down..........."
하면서 좌석에 끌어다 앉혔다.
그 순간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본것 같다.
동방 예의지국이라면서.......
부끄럽고 민망해 할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의 시람들을 몹시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특히 3D현장에서 묵묵히 종사하고 있는 그 사람들을...
자리 양보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국민이 누굴 얕보나?
부끄러워 하는게 결코 흉도 아니고 흠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을 알고 있는 아름다운 마음씨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아는사람 답다' 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