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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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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템포만 줄이면


BY 蓮堂 2004-06-29


별 얘기도 아닌것에 발끈했다.
남편은 그냥 지나치는 소리를 했을뿐인데 난 내 성깔을 바닥채로 홀딱 뒤집었다.
책에다가 시선을 두고 있던  남편의 눈꼬리가 가파르게 각을 지우자 '아차' 싶었다.

일초만 여유를 부렸더라면 머리에 쥐나는 급한 성질을 드러내지 않았을건데...
그리고 일초도 되지 않아서 곧 후회하는 이 급한 성질하곤....
따지고 보면 내가 결코 성질 낼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난 바닥을 보인것이다.

곧바로 사과했고,실수를 인정했다.
남편은 나의 그런 민첩성에다가 항상 점수를 주었다.
그게 나의 장점이고 강점이라고 치켜 세울때면 얼굴이 화끈거리고 무안하기도 했었다.

Pierre Sansot 의 저서 '느리게 산다는것의 의미'가 생각났다.
'느림'은 개인의 성격이 아니라,삶의 선택에 관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 '빠름 혹은 급함'도 삶의 선택이라는 점과 맥이 통한다고 볼수있다.

이 말을 항상 기억하고 있는것은 어쩌면 나의 방패막으로 이용할려고 그랬던 같다.
상당히 공감을 하는 부분이기에 버려지지않는 말이다.

흔히들 느린사람을 보면 공통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있다.
만사에 느긋하고,행동이 꿈뜨기 때문에 순발력도 떨어지고,
매사에 색깔이 선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둔하고 고집스러운 면도 추가 시킨다.

그래서 일을 맡겨 놓아도 맘이 놓이지 않고
일을 해 봤자 능률도 안 오르고 그다지 신통하게 여기지 않는다.

반대로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항상 신뢰도가 높다.
명암과 색깔이 확실하게 구분지어지는가 하면
머리회전도 남다르고, 눈치, 코치, 신속성, 예민함, 생동감이 모두 만점수준이다.

발 빠르게 움직여도 먹고 살기 힘든 이 현실을 반추 해 볼때
느린 사람은 입에 풀칠하기가 쉽지 않을거라는 걱정의 눈길도 거두어 지지 않는다.

흔히들 느린 사람은 곰에 비유하고 빠른 사람은 교활한 여우에 대입 시킨다.
그래도 난 곰 보다는 여우를 더 고집하고 싶어진다.

나를 보고 어떤 사람이 말 하기를.
"당신은 아내감 보다는 애인 감이 제격이다"라는 혹평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태조 이성계의 두 처가 생각났다---鄕妻(향처)와 京妻(경처).
고향에 살고 있는 여자는 향처고, 서울(한양)에 살고 있던 여자는 경처다

향처는 조강지처로 조용히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본 여자고
경처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데 내조의 힘을 아끼지 않았던 여자(후처)다.
나하고 아무런 함수 관계도 없는 두 여자가 갑자기 생각난게 묘했다.

말실수를 하고 나서 아니다 싶으면 그자리에서 당장 사과를 해야 맘이 놓인다
그리고 잘못을 인정할수 있으면 존심 버리고 머리 조아리는것 또한 내 스타일이다.

그러나 시간을 요하는 사건 같으면 입 다물고 시간을 기다린다.
그래서 결론이 나오면 곧바로 정답으로 옮겨 쓰야 맘에 캥기지도 않는다.
반면에 아니다 싶으면 영영 입을 다문다.....

그래도,
한템포 늦추어서 살고 싶어진다.
우아하고 느긋하게 늙어 갈려면 아무래도 가파르게 사는것 보다는
slow,slow 입속에 굴리며 그렇게 나이 들어가고 싶어지는 게 솔직한 내 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