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엄마,덕이하고 팔씨름하면 누가이겨?"
"당연히 제가 지죠...."
"그럼 달리기하면 누가 이기는데?"
"아이구...애들을 어떻게 따라가요?..숨이차서 몇발자욱 못가서 주저 앉아요"
"그래?? 그러면 그렇게 아이보다 못한 체력 가지고 매일 아이 가방은 왜 들어 주는데?"
이 이야기는 평소에 허물없이 지내는 동네 젊은 엄마하고 나눈 얘기다.
덕이 엄마는 마흔을 바라보는 초등학교 5학년을 둔 학부형이다.
매일 아이의 가방이랑 신발주머니 그리고 준비물 가방을 양쪽 어깨에 매고
아이랑 같이 하교하는게 종종 눈에 띄었다.
엄마 덩치보다 더 큰 아이는 군것질을 입이 비좁아 터지도록 하면서
빈손으로 그 뒤를 어정거리며 따라가는게 눈에 거슬렸는데.....
그날,
좀 한가한 틈을 타서 하교(?) 하는 덕이 엄마를 불러들여서
차 한잔 앞에놓고 바로 직격탄을 날렸다.
내 음흉한(?) 의중을 눈치채지 못하고 내가 묻는 말에 냉큼냉큼 받아서 대답하던 덕이 엄마는
직격탄을 맞고 바스라지는 표정을 지었다
"왜? 내가 틀린말 했는가?"
시선을 돌리지 않은채 덕이엄마의 눈을 보고 물었다
"언제 보셨어요?"
저으기 민망해 하는 눈빛이다
"이 사람아 보라고 찢어놓은 눈인데, 한두번이라야 눈을 감아주지.."
곤혹스러워 하는 덕이 엄마에게 다소 미안한 생각이 들었지만
평소에 벼르고 있던 말을 뱉아놓으니까 속은 시원했다.
"아이가 무거워서 힘들어 하길래요.."
머쓱해서 한마디 던지고는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다.
"덕이엄마,아이들 가방에 뭐가 들었어? 책 몇권하고 노트 필통밖에 더 들었냐고.....
그런데,그게 무겁다고 언제 까지 들어줄건데?"
찻잔을 빙빙돌리면서 덕이 엄마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린다.
"내 얘기 오해하지말고 들어요
그 가방의 무게는 아이들 힘에 맞게 내용물이 들어가게 되어있어.
아주 무거운것은 학교 사물함에 넣고 다니기도 하는데
뭐가 무겁고 힘들다고 매일같이 그렇게 충성을 하누?"
그리고는 옆에 서 있는 아이더러 가방을 매고 가라고 했더니
아주 벌레씹은 표정으로 못마땅해서 쳐다본다.
그날 이후로 가방 매고 가는 덕이 엄마의 모습을 볼수가 없었다.
딴길로 돌아 가는지 아니면 같이 하교를 안하는지 둘중에 하나일게다
덕이 엄마 뿐이 아니고 적지않은 엄마들이 아이들의 가방을 대신 매고
하교 하는걸 심심찮게 보게되는게 현실이다.
그 모습은 유행병처럼 번져서 젊은 엄마들의 할짓(?)으로 전락해 버렸다
어떻게 보면 꼴볼견의 하나이다.
덩치는 예전보다 더 커 졌지만
힘은 반비례로 줄어 들어가는 요즘 아이들의 언 바란스 성장은
정신적인 성장 마저도 저해 할 우려의 소지가 더 높아진다
힘들어하는 아이의 짐을 덜어 줄려고 하는 부모의 맘을 모르는게 아니다.
나는 힘들어도 자식만큼은 편하고 쉽게 살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있으랴마는
그 버팀목이 아이의 장래를 온전히 책임질수 있으면 나도 그렇게 할것이다.
그러나,
한계선이라는게 있어서 더이상의 도움을 줄수 없었을때
나약하게 커온 아이들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어떻게 감당할려고.....
노랗게 싹을 틔웠을때 좀더 짙고 강한 색으로 커 갈수 있게
튼튼하게 색깔 입혀 주는게 부모의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힘든짐을 덜어 주는것 보다는
힘들지만 지혜롭게 살아갈수 있는 노하우를 물려주는게
또한 부모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본다.
물고기를 잡아주는것보다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부모가 과연 몇이나 될까???
*오지랖 넓은 나의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