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오른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이봐!!.....이 자물통 이거 당장 부숴버려!!"
내 이럴줄 알았지.....
남편의 건망증을 익히 알고 있기에 이런 불상사 일찌감치 감 잡았다.
며칠전 거금주고 현관에 새로 바꾼 비밀번호 입력시키는 자물통이 화근이었다.
열쇠없이 열수 있는 편리함이 있는 반면에
여는 방법(비밀번호나 순서)이 틀리거나
비밀번호를 잊어 버리면 문은 열리지 않게 되어 있다.
집에 들어 간다고 먼저 가더니....
보나마나 또 실수 했을거구먼....
시간적으로 지체 된걸 보니 그동안 자물통과 씨름을 하다가 안되니까
열 받아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것 같다.
부랴부랴 쫓아가니 남편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라서 현관문을 발로 툭툭 걷어차고 있었다.
"이눔의 자슥들이 공사를 어찌 했는거야??"
애꿎은 열쇠수리공에게 화살을 날렸다.
난 아뭇소리도 않고 유유히 번호를 눌렀더니 차르륵 하는 투명음을 내면서 문이 열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은 어이가 없는지 다시 해 보라고 한다.
못할것 없지......
내 하는양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에이.....참내......"
무안하고 겸연쩍어서 실실 웃는다
알고보니 남편은 비밀번호 앞뒤로 누르게 되어 있는 별(*)표를 빼놓고 번호만 계속 눌러댄 거였다.
열릴턱이 없지......
"이 자물통 그냥 부숴 버릴깝쇼?"
유들거리면서 남편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됐네,......이사람아......."
저 승질머리 하곤...ㅉㅉㅉ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