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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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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어른이라지만


BY 蓮堂 2004-06-29

노안을 공경하고, 윗어른에게 깍듯이 대해드리는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지만.........

원래 아름답다는 말은 '아는 사람답다' 라는 말이라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자격이 갖춰져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로도 대변한다.

우리의 미풍양속을 지켜 나가자는 의미에서 기념일이 만들어 졌다.
'어버이날...스승의날....어린이날......성년의 날......장애인의 날......등등

바쁘게 살다 보면 근본을 잊고 살거나 소홀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경종을  울리자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그날 하루만 이라도..........

해마다 어버이날이면 모든 어버이나 노인네들의 잔치날이 된다.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을 달고 있으면 자식이 있음을 은연중에 과시도 하고,
그 꽃을 꽂고 있음으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것을 눈에 띄게 드러낼수도 있다.

물론 어른들 공경해야 하고 대우 해 드려야 하는게 마땅한 말이지만
'어른 공경' 소리만 나오면 떨떠름한 과거가 항상 목구멍에서 걸려 넘어 가지 않는다.

중고등 학교 6년을 기차 통학을 하다 보니 숱한 에피소드를 남겼는데,
그중의 일부분이 이 '어른'에 대한 불쾌했던 기억들로 더러 더러 있었다.

30년도 더 지난 과거엔 유일한 교통 수단이 완행 기차였다.
객차 세량을 달고 나머지는 모두 석탄 수송차량으로 항상 콩나물 시루였다.
점촌 장날만 되면 아예 우리는 낮차 타는걸 포기 해야 했는데
토요일과 겹치는 날이면 완전 지옥열차다.

세량중에 두량은 남학생 칸이었고 나머지 한칸이(제일 뒷칸) 우리 여학생 차지였는데
설자리 마저도 차지하지 못해서 남자 칸에라도 타는 날이면 구설수에 배겨 날수가 없었던 시절..

그런데,
어느날 운이 좋아서 친구들과 막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있는데
문이 열리면서 할아버지 한분이 들어오시다가 앉아 있는 우리를 보시더니 대뜸 소리를 지르신다.
"너들은 도덕도 안 배우나??...요즘 것들은 어른도 모르고...세상 말세야.."
혀까지 차시면서 일어나라는 표시로 손가락을 위로 찌르는 시늉을 하신다.

우리 통학생들은 이미 자리 양보에 길들여진 학생들이다.
어른이 말씀 하시기전에 이미 엉덩이는 자리에서 떨어지기 일쑤인데......

마치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있으면 도리에 어긋나고, 배운거 없고
어른 공경할줄 모르는 막 되어 먹은 사람 취급한다.

이런일은 왕왕 있어왔다
지금도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른들 인식이 조금씩은 달라져 있다.
'괜찮다......'
'네들도 피곤한데, 그냥 앉아 있어라........'

억울하고 황당하고 속상하고 기분 나쁘고......
타의에 의한 자리 양보에도 맘이 상했지만 아무리 어른이라지만 이건 횡포에 가까웠다.

대접 받기를 바란다면 먼저 대접을 해 줘야 하는게 순리다.
아무리 어린 학생이지만 생각하는 머리를 가졌고, 윤리와 도덕을 배우고 있는 지성인이다.
막무가내로 '어른' 이라는 빽만 가지고 아이들 쥐잡듯 다구치는 풍토만은 제발 사라졌으면 한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어른' 이 된다.
그러나 '누구나 ' 다 어른은 아니다.

어른 다워야 하고 어른 노릇을 해야만 비로소 '참 어른'이 되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