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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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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형편없는 여자


BY 蓮堂 2004-06-29

난 형편 없는 여자다
볼품없고, 가진거 없고, 든거 없고.......
그런데도 형편있는 여자 처럼 살고 있다.

왜?

나오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서둘렀다.
부시시한 얼굴에 대강 도배질 하고, 빨간색 짧은 티셔츠 위에 청 자켓 걸치고.........

모처럼 내려 와있는 아들녀석에게 피자 한판 날라다 주고
굳이 마다하는 나를 시외버스 정류장까지 태워주면서
잘 놀다 오라고 돈 까지 쥐어 준 남편에게 저녁은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하면서.......

예천에서 친구둘이랑 호젓한 한식집에서 거나하게 먹고, 노래방 가고,
3차로 막창집에서 술 못 마시는 숙맥들이 맥주 한병 서로  나누어 마시면서
사는 얘기, 아픈 얘기, 슬픈 얘기 나누다보니 돌아갈 시간이다.

며칠전부터 계속 아파오던 머리가 맥주 한컵에 그냥 머릿속에 못을 박은것 같다.
눈을 뜰수가 없다.......너무 아프고 쑤셔서.....

집에 들어오니 남자 둘이가 저녁도 안먹고
눈동자만 굴리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시간 까지....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발칵 화를 냈다.
"머하는 사람들이길래 이시간까지 밥도 못 챙겨먹고....나 없으면 어캐 살라고??"

돈까지 쥐어주며 잘 놀다 오라고 다둑여 준 남편에게,
어버이날이라고 일부러 내려와서 응석 떤 아들녀석에게,
난, 별 이유같지도 않은 이유로 화를 내고 있었다.

멀뚱하게 쳐다보는 父子의 시선을 외면하고 주방으로 종종 걸음했다.
머리가 너무 아파서 내가 형편없이 굴었구나.
스스로 핑게 아닌 핑게를 대면서...........

미안하고, 챙피하고, 면목없고..........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