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안동 권씨는 신라의 왕실 성씨인 경주김씨 大輔公 '김알지' 에서 비롯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고려 태조가 견훤을 대패시킨 '金幸'공을 보고 그 공로로 태사의 작위를 내리고
안동고을을 食邑으로 삼게 한뒤에 그에게 '權幸' 이라는 새로운 성명을 부여 하였으니
그것이 안동 권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
내가 남의 족보를 이렇게 세세하게 챙긴 이유가 있다.
우리 이웃에 안동 권씨에게 시집온 사람이 있는데,
그 아낙은 안동 권씨,또는 양반 운운 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고 한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자기 가문에 남다른 애착과 자부심을 가지고 한평생 사신 분이다.
비록 배움이 없고 가진거 없어도 '안동 권씨'라는 말만 들어도 배가 부르다고 하는데..
얼마나 황당한가 하면.......
제사나 큰일이 있어서 애들을 데리고 시집에 가면 버선발로 반기는데....
그 어른이 반기는건 며느리가 아니고 손자다.
"아이구..우리 안동권씨 ㅇ대손 오셨네...오시느라고 애썼네.."
손자보고 반존대 쓰는걸 보니 기가 막히더란다.
더 황당한건 또 있다.
그 아낙이 애들을 데리고 제주도에 갈려고 했는데 시어머니가 브레이크를 걸더란다.
귀한 안동권씨 자손이 비행기 사고라도 나면 가문이 문을 닫는다고 하시면서,
갈려거든 며느리 혼자만 가라고 하셔서 너무 서운한 나머지 눈물을 찔끔 거렸단다.
몇해전에 그 어른이 사는 동네에 군수 나으리가 시찰 나왔다는데
마을 사람들은 굽신 거리면서 그 앞에서 고개 숙이며 저자세로 나왔지만
그 어른은 고개 뻣뻣이 들고 한다는 소리가.....
"까짖거...군수 열추럭 줘도 우리 안동 권씨하고 안 바꾼다"
입만 열면 '양반' 에다가 '안동권씨'는 수식어 처럼 붙히시고 사신다.
그 며느리는 그래도 배움의 혜택을 받고 신식 교육을 받은 사람이다.
그러기 때문에 그 시어머니의 병적인 가문 타령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란다.
제일 듣기 싫은게 '양반집 며느리 행세'를 누누이 챙기시는 그 어른의 못 말리는 극성에
이해 보다는 '곰팡이'의 냄새에 더 넌덜머리를 낸다.
예전의 '양반' 개념과 요즘 개념과는 그 틀 자체가 틀리다.
예전의 양반은 물에 빠져도 개 헤엄을 안치는 스타일인데
요즘 양반은 물에 빠지는 순간부터 개보다 더한 헤엄을 친다.
이제는 가문이나 학식이 양반의 틀을 지키는 게 아니고
돈 - 개도 돈 많으면 멍첨치다 - 이나 지위
그리고 권력이 양반 행세하는 요즘의 세태를 나무라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