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짜리 철부지가 3살바기 아들을 데리고 우거지상을 하고 나를 찾아왔다.
두어달 전에 알게된 이 나이어린 애 엄마는 요즘 속상한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학교다니면서 연애를 하다가 덜컥 애를 낳고 동거에 들어 갔는데
얼마전부터 야시시하게 생긴 친구라는 애하고 같이 다니는게 눈에 띄었다.
객지에서 한달간 직장을 가지고 있다가 그만둔 뒤 자기집을 코앞에 두고 이 철부지 집에
껌같이 눌러 붙어 있단다
다 큰딸 이런 식으로 방치하는 부모는 안 봐도 뻔하다.
설상가상으로 돈과 옷가지 까지 도둑맞고 보니 이젠 친구가 아니라 왠수라고 하면서도
이 미련 곰탱이는 면전에다가 대고 차마 '가라'는 소리가 안 나온단다.
"아줌마,...돈하고 옷까지 도둑맞고...정말 미치겠어요"
징징거리면서도 정작 또 다른 심각성은 느끼지 못하는 거였다.
"이 답답한 사람아....지금 돈하고 옷이 문제가 아니여"
그 철부지는 커지도 않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 본다.
" 신랑 도둑 맞으면 우짤래?"
니꺼 내꺼 안가리고 마구잡이로 먹어대는 식성좋은 잡식성 남자들의 생리를 아직 모르고 있는
이 철부지에게 차마 노골적으로 찝어서 설명을 할수가 없었다.
두 여자를 비교 해봐도 어느모로 보나 이 철부지가 한수 아래다.
우선 외모나 몸매에서도 밀리고 말하는 뻔새도 여엉 아니다.
이 철부지는 한마디로 '곰'을 연상케 하는 미련스러움이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있고
그 친구는 잠자리 날개 같은 옷으로 날씬함 몸매를 가리고 있는 전형적인 '끼'의 소유자.
열여자 싫다할 남자 없는데 한집에서 열흘 가까이 외간 여자 - 완전 여우다 -하고 부대끼는데
목석 아니고는 옆눈질 하게 되어있다.
요상한 건 이 철부지의 남편이 도통 그여자를 내 몰 생각이 없는게 문제다.
며칠전 비오는날 우는 애를 달래려고 등에 업고 밖에 어슬렁 거리는게 눈에 띄었다.
"신랑은 머해?"............."집에서 자요"
"친구는 어디갔어?"............"걔도 집에서 자요"
"집에서 나온지 얼마됐어?"............."두어시간 되었어요"
아뿔싸!!
넓지않은 공간에서 숨소리까지 다 감지되는 닭장같은 아파트에
그 시간이면 사건이 터지고도 남을 시간인데 이 철부지 도통 무감각이다.
내가 이렇게 민감하게 생각하는건 그 친구의 색기어린 눈매가 맘에 걸려서다.
예사스러운 애가 아니다....내 눈에는.....
그러나,
이 곰같은 철부지가 생각하는건 단순하기만 하다.
그저 돈하고 옷 도둑 맞은게 아깝고 억울하지 한집에서 기거하는 외간 남녀의 요상한 감정의 기류는 아예 염두에도 안두는 눈치다.
애 낳고 사는게 용하다.
마누라 친구하고 염문 나는 사건을 왕왕 접하고 있다보니 이 철부지가 아무래도
험한 꼴 당할것 같아서 쥐어 박는 소리를 하며 걱정해 주는 내 뜻을 모른다.
오늘도 먹거리 한 보따리 사 가면서 그 큰 입 벌리고 헤벌죽이 웃는다.
속없이....
옆에서 그 친구가 윙크를 보내면서 여우같이 샐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