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딸아이를 관찰하다보면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단면으로 잘라서 보면 한군데도 버릴것이 없는 '쓸만한' 자식인데
좀더 확대경을 들이대고 보면 그 입체적인 모습에 비명이 나온다.
자식에게 눈 멀지 않고 객관적으로 볼려고 무던히도 애쓰는데 때로는 초를 친다.
며칠전에 딸아이의 자취집에 갔을때 난 내가 엄마임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현관문을 열고 발을 들여 놓을때부터 딸애는 내 눈치를 살피며 샐샐 웃는다.
"엄마,......最惡이 最善 같아서요오~~~~~"
도저히 여자 방이라고 생각하기엔 머릿속이 정리가 안된다.
까다로운 지 에미가 출두 한다고 했으면 반 비위라도 마출 요랑을 했으련만....
이런날은 차라리 남의 자식 이었으면 했다.
들어서면서 부터 내 입속에 가두어 두었던 잔소리가 줄줄 새어 나온다.
"이 아가씨야......정수(아들)도 이러고 살지는 않는다..도대체가....."
씽크대안을 들여다 보니 내가 정리해준 흔적은 간곳도 없다.
묵어 빠지고 썩어서 곰팡이 나는것만 구석구석 굴러 다녔다.
음식 지꺼기가 눌러붙은 가스레인지는 아무리 닦아도 빛이 나지 않는다.
화장실엔 휴지통이 넘쳤고 바닥을 잘 씻지 않아서 발 딛기가 싫었다.
밀린 빨래며 어지러운 방바닥, 소복이 쌓인 먼지....
아이고.......저게 누굴 닮아서.......
넓지도 않은 원룸에 한시간만 쏟아 부으면 내 잔소리 안들을 텐데,
"아이구...내가 너 같은 며느리 볼까 겁난다"
구석 구석이 비명을 터지게 했지만 일일이 잔소리 하기엔 이미 도가 넘었다
"엄마.......힘들게 치워봤댔자 엄마 맘에 반도 안들거구...아예 안 치우는게......"
터진 입이라고 잘도 조잘 되지만 은근히 걱정이 된다.
그런데 희안한건 딸애가 집에오면 손끝 까딱도 하지 않아서 서운할때가 많았지만
이웃에 사는 지 고모랑 숙모집에 가서는 온 집안을 들쑤셔 가면서 깨끗이 치워준다.
애들 씻기고 빨래랑 설거지는 몽땅 도맡아서 해주는게 신기하다.
그래서 온갖 칭찬은 다 듣는데 정작 집에서는 숟가락 하나 씻어 놓지 않는다.
참다 못해서 물어 봤다.
그러자 딸애의 대답이 걸작이다.
"엄마..고모랑 숙모는 제가 해주면 고마워 하지만 엄마는 제가 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니까
이왕 몸 닳아서 하는거 칭찬 받는 집에 가서 해주는게 훨씬 영양가 있을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깔깔 거린다.
기특한 구석엔 칭찬을 해 주고 싶었다.
바쁜 숙모 고모를 위해서 뭔가를 해 줘야 겠다는 생각을 가진게 대단했다..솔직히..
일부러 오버액션으로 심통을 부렸지만
딸애의 깊은 속내를 알면서도 짐짓 모른체 그냥 넘어가는 에미에게 다소 서운했을지는 몰라도
나를 도우는 것보다 지 혈육을 도와 줄려고 하는게 훨씬 고마웠다.
그 뿐만 아니다.
이웃에 사는 꼬마가 엄마 찾아서 울고 있으면 엄마 올때까지 같이 놀아주고
심지어는 아이를 없고 재워 주기도 한다......모르는 애 인데도....
그렇지만 알수 없는 서운함은 딸애의 살림살이 치워 주는 손 끝에서 내내 떨어지지 않는다.
'오냐...내가 내년부터는 해 주나 봐라...교사 발령 받으면 그때부터는 국물도 없다'
내 맘이 고약을 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