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왠지 심사가 꼬인다.
오늘이 시조모님 제삿날인데 어제 남편더러 쇠고기를 사오라고 했더니
덩어리 살로 사라고 동그라미까지 쳐가며 부탁했는데 잘게 토막을 내 가지고 왔다.
" 이렇게 사오면 어떡해요?...익혀서 잘게 찢어가지고 쓰야 하는데.."
은근히 짜증이 섞인 말로 아침신문에 눈박고 있는 남편을 추궁했다.
"이사람아..난 자네 힘들까봐 일부러 썰어 달라고 했는데....."
맙소사.....
제삿날에는 될수있으면 마음 비우고 경건하게 보낼려고 하는데 아침부터 꼬이는 정체를 모르겠다.
오랫동안 혼자서 마련하는 제사 음식이지만 때론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동서들 줄줄이 있어도 어느한 사람 불러서 도움 받을 길 이 없다.
바쁘고..... 멀고......애 딸리고......
꼬이는 정체가 이것이 아닌데.
아침 식탁머리에서 남편의 대중없는 말에 또다시 심사가 틀린다.
"오늘이 누구 제산가?"
내 눈치를 살피며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묻는다.
"머요?.....누구 제산줄도 모르고 제사 장 봐 왔어요?"
"아버지는 아니고.할아버진가??"-- 납작 엎드린 소리로.....
입에 들어가던 밥숟가락에 힘이 빠진다.
"당신이 主孫 맞아요?"
"자네가 다 챙기니까 내가 신경을 안쓰지..."
나 한테로 밀어 붙힌다.
"그럼..오늘 저녁에 토종 어른들 오시거든 물어보슈.......누구 제산가...."
"이사람아...지방을 써야 하는데 알아야 쓰지......"
"넵둬요..지방은 내가 쓸팅께......써 놓거든 그때 보셔.....누구 제산지."
방에 들어간 남편은 무언가를 부시럭 거리더니 엎드려서 열심히 쓴다.
곁눈질해서 슬쩍 보니........맞게 쓰긴 쓰고 있었다.
'顯祖비孺人.........'
그냥 넘어가기는 싱겁고..
"아버님 제산데 지방을 그렇게 쓰면 어떡해요?"
힐끔 쳐다보는 남편의 시선이 곱질 않다.
"이사람이 완전히 사람 숙맥 취급하고 있네.......모른척 넘어가 주니까..."
알고도 그런 쇼를 했다?
그럼 , 내가 숙맥이었나?
웃겨~~~~~~~~~~~`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