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지나고 나면 좀 아쉽다.
설날이 다가왔을 때는 번거롭고 힘들어서 도망가고 싶어서
마지막 설날 장을 보면서 근처 카페에 들어서 한숨 돌리며
카페 사장과 짧은 시간으로 이야기도 나누었다.
맏며느리가 설날 전 날에 이렇게 카페에 들렸다는 나의 말에
웃으면서 잘하셨다고 무조건 일만 열중하면 병이 난다고 내 편에서 이야기
해주며 엄지 척 올려주니 고마웠고,
한복으로 갈아입고 차례 지내고 아침 먹을 때 갈비가 부드럽고 맛있다며
손이 많이 간 음식을 하셨다며 칭찬해주는 막내 동서도 고마웠다.
원래부터 사람 마음 잘 알아주고 이야기 하기 좋아하는 동서지만 가끔은 시끄럽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조용한 우리집에 동서가 큰 역할을 해주니 좋다.
평소 말이 별로 없던 아들도 조카들에게 말 섞여가며 즐겁게 담소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 설거지 꼼꼼하게 잘하는 동서에게 핸드커피 내려서 수다타임 이어가는 것도
이날 아니면 또 언제 하리요.
둘째네는 서방님만 오셔서 좀 아쉬웠지만 조카 새뱃 돈과 대학입학 인사를 따로
챙겨주었으니 할 도리를 한 거 같은데....
유독 눈이 평평 내린 설날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차례 지내는 모습도 아름다운 풍경으로 자리 잡은 날이었고
일찍 집으로 가는 동서네 에게 아쉽다고 말을 했더니
집에 잘 도착했다고 2부로 수다를 즐기는 동서도 예뻐 보인다.
지나고 나면 별 일도 아닌데 그때는 왜그렇게 힘들고 일하기가 귀찮았는지 모르겠다.
음식을 좀더 많이 하면 좋았을텐데
줄이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줄였는데 좀 아쉬운 마음
그런데 나의 몸은 안다.
입 안의 입술이 아프고 피곤할 때 일어나는 증상이 나타나니까 이젠 좀 쉬어야지.
남편도 손가락이 아파서 설거지도 못 도와주고,
대신 아들이 봉사해 주고 홀연히 또 우리와 짧은 이별을 하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