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유교사상의 뿌리가 깊게 자리를 하고 있는 만큼 '남아 선호 사상'은 쉽게 뽑히지 않는다.
굳이 뽑을려고 해서 그러는게 아니고 그런 전 근대적인 사고가 이 땅의 여성이 아직도
제 몫을 다 하도록 너그럽게 봐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갈수록 여성들의 자리가 넓어져가고 있고 목소리에도 제법 힘이 들어 가 있다.
우선, 여의도 진입 여성이 사상 초유의 서른 아홉명이라는 숫자가 예사롭지 않다.
예전 같으면 '암탉이 울면............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애초부터 기를 꺽으려 들었을건데
이제는 남자들의 자리가 줄어듦을 느끼면서도 잠식당하는 걸 당연한 시대적인 변화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아들'에 대한 환상은 이땅의 어머니들이 버리지 못하는 어쩔수 없는 대물림이다.
우리세대, 아니 그보다도 더 어린 어머니들이 아직도 '아들' 운운 하는걸 보면
그 뿌리의 깊이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아들이 없으면 불안해서...........'
도대체 뭐가 불안 하다는건지,
代를 위한 불안인지 老後에 대한 이기적인 불안 때문인지...........
내가 아는 어떤 두 할머니의 대조적인 삶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연세가 일흔을 조금 넘기신 한 분은 아들이 없어서 딸에게 얹혀(?) 사시는데
빈둥 거리는 딸의 살림을 도맡아 해 주셔도 딸에게 좋은 소리 듣지 못하신단다.
그 설음을 그대로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막상 갈곳이 - 아들 -없으시니
서럽고 더러워도 참을수 밖엔 없단다.
한술 더 뜨서 사위 까지도 장모를 무시 한다는데 --이건 딸의 책임이다.
(물론 사람 나름이지 다 그런건 아니다 )
그러나 또 한분 역시 아들이 버젓이 있으면서도 딸의 살림을 도와 주려고 와 계시는데
너무나 당당하시다
'까짖거 내가 아들이 없나......무시당 할 일이 뭐 있다고........'
이러고 보니 딸과 사위도 이 어른을 무시하지 못하신다고 자랑삼아 털어 놓으신다.
딸이나 사위의 대우가 맘에 안 들면 그대로 아들네 집으로 가신단다.
아들 내외가 서운하게 하면 '괘씸'하지만
딸 내외가 서운하게 하면 '서럽다'
같은 상황에서도 받아 들이는 느낌이 다른것은 '아들과 딸'이기에 틀린게 아닐까.
두 할머니의 경우 다 나름대로는 사정이 있는 대우와 천대지만
결론적으로 그 분들이 중요하게 느끼는건 '아들의 힘' 인 것이다.
나도 딸과 아들을 키우고 있지만 아들녀석 보다도 딸아이가 더 든든하다
맏딸이고 보니 생각하는거나 처신하는게 믿음이 가지만
아들 녀석은 한마디로 아직은 풋내가 술술나서 어디를 가든 불안하기만 하다.
딸아이를 낳고는 너무 서운해서 미역국을 거들떠 보지도 않았지만
아들 녀석을 낳았을때는 두그릇을 비운 한심한 이땅의 어머니였다.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는 나도 '아들의 힘'에 의지 해야 하는 어쩔수 없는
이땅의 어머니로 남아 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만은 떨쳐버릴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