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시집살이라고 하면 시어머니를 떠올린다
여자라는 공통 분모가 합의점에서 겉돌다 보니 갈등이라는 골을 팠다.
그 사이에 끼인 남편의 역활이란 자칫하면 역적의 오명을 쓰기 십상이다.
잘하면 좋은 아들 훌륭한 남편이라는 감투를 쓰지만
종이한장 차이로 생각이 미치지 못하면 그야말로
'호로자식'에다가 '마마보이'의 덤태기 쓰기 딱 알맞다.
좀 다른 얘기가 될지 몰라도....
'존 그레이'의 저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를 읽어보면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남자 화성인은 '목표 지향적'이고, 여자 화성인은 '관계 지향적이다.
즉,
남자는 자기의 목적과 능률 그리고 업적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다
어쩌면 자기 과시욕도 한몫 한다고 볼수 있지만,
반대로 여자는 부드러운 인간관계와 사랑,그리고 타인과의 친밀도에서 자신을 찾는다.
그래서 자기의 가치관에다가 이러한 것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해 한다는데..
한마디로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사는 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게 이 별나라다.
각기 다른 환경, 문화,관습 그리고 가치관에서 결코 아귀가 맞지 않는 서로 다른 별나라 사람들이
같은 별에서 살려고 하는데 물 흐르듯이 고요한 날이 있는게 아니라는 거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으면서 원만하게 가정이라는 조직체를 꾸려 가기엔
적지않은 서로간의 갈등이나 삐걱거림은 다 겪었을것 같다.
내가 시집이라는걸 왔을때 가장 곤혹스러웠던게 남편의 시선이었다.
아니 시선이 아니고 한마디로 싸이클이 번번이 어긋 나고보니 못 살것 같았다.
예를 들면,
웃어야 할 일에도 소리내어 웃지도 못하게 했다...시늉만 하란다.
걸음을 걸을때 소리를 내거나 보폭을 빨리하면 브레이크가 걸렸고
어른들 앞에선 감히 입도 떼지 못하게 했다....혹시라도 실수 할까봐 (신혼초에.)
내가 그렇게 엉터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뿐만 아니라,
어른들 앞이라고 아이들 한번이라도 편하게 안아주지도 못했고
어쩌다가 실수로 남편 옆자리에 앉으면 나환자 밀어 내듯이 눈총을 쏘아댔다.
(혹시라도 어른들에게 흉 잡힐까봐...)
일거수 일투족에 다 브레이크를 걸려고 키를 꽂고 있으니......
이렇게 코드가 안 맞는 결혼 생활에 난 차츰 의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결혼한지 12년만에 난 드디어 폭발을 했다.
인내의 한계가 팽창을 하면서 겉잡을수 없는 압력으로 머리 두껑을 열어 젖혔다.
그동안 쌓인 불만과 불합리한 사고 방식에 조목조목 체크를 하면서
내 목에 걸린 크고 기다란 칼을 벗어 버렸다.
그런데 기가막힌건 남편은 이러한 나의 불만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거다
(하긴...한번도 입을 떼지 않았던 내 미련함도 있지만)
다들 그렇게 사는줄 알았단다.
그렇게 사는게 맞는줄 알았다고 하는데 할말이 없었다.
보수적인 집안의 잣대대로 움직여준 남편의 자리를 결코 모르는게 아니지만
어느정도의 한계선 만은 지켜줄줄 알았던 내 욕심이 지나친걸까...
그 반정 이후로 남편은 정말로 달라져 있었다....정말 몰랐단다..
내가 미련한건지 남편이 숙맥이었는지...
흑백을 가리기엔 우린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해 왔다는게 허탈하기도 했다.
금성에서 오든 화성에서 오든,
정착지가 지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것 만으로도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결론짓고 누구든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