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에게서 친정이란 말만 들어도 우선 눈가에 물기가 밴다.
뼈가 저리고 살이 떨리고, 가슴이 아려오는게 친정인데,
그 친정이 불편하게 느껴 진다면 어떻게 설명이 되어야 할까..
내 가까이서 나를 '인생선배'라고 깍듯이 대우 해 주던 '인생후배'가
어느날 남편하고 이혼이라는 걸 하고 딸 둘 데리고 훌훌 떠나더니,
불과 8개월만에 초라한 모습으로 내앞에 다시 돌아와서 펑펑 눈물을 쏟는다.
부유한 친정 빽 믿고 뒤도 안돌아 보고 보따리 쌀 때 조금은 염려가 되었다.
왠만하면 친정집에서 살지 말고 따로 방 얻어서 살아라고 했더니
부모님이 다 해결해 준다고 하면서 걱정없이 떠난사람이...
서럽더란다.
친정집에 얹혀 살려니까 말 한마디에도 가시가 박힌것 같았고
애들을 꾸중해도 구박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바늘 방석이더란다.
불편하고 치사하고 자존심 상하고.......
이혼해서 돌아온 딸자식 뭐가 그렇게 이쁘고 살갑다고 칙사 대접 할까봐......
어긋난 딸자식의 팔자를 생각하면 부모 가슴은 숯덩이일진대
조금이라도 헤아려 주었다면 그 부모에게 섭섭한 맘은 접어 둘 수도 있으련만....
고생스러워도 시부모 밑에서 살때에는 이런 맘이 아니었단다.
서럽거나 고까운 생각은 눈꼽 만큼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
우선,
시부모님은 의무와 도리, 그리고 법과 책임이 병행해서 따르기 때문에
소홀히 할수도 없고 흐트러지거나 게으름을 피울수가 없지만
친정부모는,
편하고 만만하고 모든걸 용서와 이해와 그리고 사랑으로 다 덮어 버리기 쉽다.
그러기 때문에 질서가 무너질수도 있고
부모 자식간에 세워 두어야 할 예의 범절이나 룰이 무장해제 되기쉽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져 나온다.
부모자식간에 보이지 않는 섭섭함과 고까운 맘이 바닥에 조금씩 앙금을 만든다.
결국은 듣기 좋은 소리 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극단적인 말도 어느 순간에는 튀어 나온다.
인내의 한계가 포화 상태가 되면 '남' 보다도 못한 껄끄러운 관계로 전락하기도 한다.
아직은 부계중심 이니까 시집이라는 울타리가 높고 견고하다.
함부로 허물거나 쓰러뜨릴 수가 없지만,
모계중심으로 흐른다면 그 부작용도 작지만은 않을것 같다......내생각 이지만.....
시누이가 결혼 하기전에 한집에 살던 부모님하고 조그마한 마찰을 빚었다
바쁘다는 핑게로 아마 소홀히 대해 드렸나 보다.
그때 시어머님이 하신 말씀이 잊혀지지않는다.
"나는 딸하고는 죽어도 못산다...그래도 며느리 밖엔 없다...아이고 에미야~~~"
무척 서운하신 나머지 딸의 비리를 나에게 낱낱이 고자질 하시면서 쏟아내신 푸념이다.
나 역시,
시부모님은 모시고 살아도
친정 부모님은 모시지 못할것 같다.
내 자신이 윤리와 도덕을 망각하고 무너뜨릴것 같아서......